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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인 정신건강, 국가 존망 논할 정도로 심각…치료도 안받아"

GEEF 참석 전문가들 "해외 사례 참조해 국가가 적극 개입해야"
나종호 미국 예일대 의대 정신의학과 교수(왼쪽)와 김용 전 세계은행 총재가 14일 연세대 백주년기념관에서 열린 글로벌지속가능발전포럼(GEEF)에서 한국인 정신건강에 대해 논하고 있다. 문세영 기자
"한국 노인 자살률은 나치 체제에서의 유대인 자살률과 비슷한 수준입니다. 청년 자살률도 매우 높습니다. 정말 심각한 상황이지만 자살률을 낮춘 여러 해외 사례들이 있으며 한국도 변화할 수 있습니다.“

김용 전 세계은행 총재(전 하버드대 의대 교수)와 나종호 미국 예일대 의대 정신의학과 교수는 14일 연세대 백주년기념관에서 열린 ‘글로벌지속가능발전포럼(GEEF)’에서 한국이 국가 존망을 거론할 정도로 정신건강에 위협을 받고 있지만 한국의 난제 극복 역사와 해외의 자살률 감소 사례들을 통해 극복해나갈 수 있을 것이라고 입을 모았다. 비교적 드러내기를 꺼리는 정신건강 및 자살 문제를 양지로 끌어내 적극적으로 이야기하는 것부터 시작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 한국은 ‘집단 자살 사회’...높은 사회적 오명, 저조한 치료율

김 전 총재는 "크리스틴 라가르드 전 IMF(국제통화기금) 총재는 한국이 ‘집단 자살 사회'로 가고 있다고 말했다"며 "그만큼 한국은 정신건강 및 자살률과 관련한 심각한 데이터를 보이고 있다"고 말했다. 한국은 OECD 회원국 중 자살률 1위이며 우울증 유병률도 매우 높다.

한국의 노인 빈곤율도 OECD 국가 중 가장 높은 수준이다. 나종호 교수는 ”고령층 자살률은 나치 체제 유대인과 비슷한 수준“이라고 말했다. 젊은층 자살률도 높다. 나 교수는 ”선진국에서 10~30대 젊은층의 주요 사망 원인은 사고인데 한국은 자살이 많다“며 ”젊은 세대가 근본적인 절망감을 느끼고 있다는 결론을 내릴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OECD 통계에 따르면 한국 성인 우울증 유병률은 36.8%다. 한국인 10명 중 4명이 우울한 상태라는 의미다. 김 전 총재는 ”항우울제 처방률은 매우 낮다“며 ”우울감은 심한데 치료를 받지 않는 사람들이 많다는 의미”라고 말했다.

우울증약을 잘 복용하지 않는다는 의미는 정신건강에 대한 관심이 적다는 의미다. 나 교수는 ”항우울제 처방이 낮다는 건 도움을 청하지 않는다는 의미“라며 ”30개 이상 국가를 대상으로 한 조사에 의하면 다른 나라는 정신건강에 관심이 많다는 응답이 많았지만 한국은 정신건강을 생각하지 않는다는 응답이 많았다“고 말했다.

한국인의 정신건강 문제는 저출산율과도 상관관계를 보인다. 인구를 유지하기 위해 필요한 출산율을 ‘대체출산율’이라고 하는데 한국의 대체출산율은 2.1명이다. 한국 실제 출산율은 0.72명으로 대체출산율의 3분의1 수준이다. 김 전 총재는 ”외로움, 우울, 자살률, 출산율 등을 종합해보면 한국의 정신건강은 국가 존망이 걸린 위협적인 수준“이라고 말했다.

한국이 정신건강을 위협 받고 있는 주요한 이유 중 하나는 정신질환이나 자살에 대한 사회적 오명이 높다는 점을 지적했다. 김 전 총재는 ”한국은 자살자의 유가족에 대한 동정심이 크지 않다“며 ”다른 나라는 그렇지 않다. 유가족을 위로하고 공감하는 변화로 시작해야 한다“고 말했다.

● 짐바브웨, 일본 등 해외 사례 적용 필요

그래도 낙관적인 점은 한국인들 스스로 정신건강 문제를 인지하기 시작했다는 점이다. 나 교수는 ”최근 한 미국인 유튜버가 한국 방문 후 한국을 세계에서 가장 우울한 나라로 소개해 화제를 모았는데 영상 마지막 부분에 한국이 현 상황을 타개해 해결책을 찾을 것이란 낙관적인 전망을 했다“며 ”한국의 젊은 세대는 정신건강 문제를 인지하고 있으며 이야기하고 싶어 한다. 우리의 내면을 깊이 살펴보고 해결책을 찾아야 할 때“라고 말했다.

김 전 총재도 ”IMF 때 한국인이 금 모으기를 통해 상황을 빨리 벗어날 수 있었던 것처럼 한국인들의 과거 난제 극복 상황을 반추해보면 감추지 말고 꺼내 얘기했을 때 해결책을 찾을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해외의 성공적인 사례들을 도입해 적용하는 방법도 고려해볼 수 있을 것으로 보았다. 김 전 총재는 ”짐바브웨에서는 할머니들을 통해 자살 충동을 크게 줄인 사례가 있다“고 소개했다. 짐바브웨 병원 근처 벤치에서 할머니들이 간단하게 사람들의 정신건강을 지원하는 프로그램으로 우울증 및 자살 충동이 공동체 전체적으로 61% 개선되는 효과가 나타났다. 한국도 이런 비슷한 프로그램을 만들 수 있을 것이라는 얘기다.

일본 사례도 참조할 수 있을 것으로 보았다. 김 전 총재는 ”일본은 한국보다 자살률이 2배 높았지만 이제는 오히려 40% 낮은 수준“이라며 ”한국은 보건 예산의 1.5%를 정신건강에 투자하는 반면 일본은 19배 많은 비용을 투입한다"고 설명했다. 약 복용도 필요하지만 사회개혁이 있어야 하는 셈이다.

나 교수는 ”자살은 예방 가능하며 다른 나라들처럼 국가가 개입해 많이 투자해야 한다"고 했다. 그는 "일본, 핀란드도 그렇게 자살률을 낮췄다“며 ”일본에서는 3만 명의 사람들이 일본 정부에 탄원서를 제출해 자살 문제에 대한 위기 의식을 느끼게 했고 일본 정부가 적극 대응해 20년에 걸쳐 자살률을 절반으로 낮췄는데 우리도 이런 노력을 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 전 총재와 나 교수는 국내 전문가들과 함께 한국인들의 정신건강에 대한 인식 수준을 제고하고 해결 방안을 찾아나갈 수 있도록 향후 캠페인을 벌일 예정이다. 나 교수는 ”자살을 ‘극단적인 선택’이라고 부르는 데 선택이 아니다“라며 ”자살은 개인이 약해서가 아니라 사회적인 책임이 있는 사망“이라고 덧붙였다.
칭찬하다(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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