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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명·원희룡에 유동규까지… '민주당 아성' 계양을 표심 바뀔까?

이재명·원희룡에 유동규까지… '민주당 아성' 계양을 표심 바뀔까?

지난 2월 13일 인천 계양구 일대에 원희룡 전 국토교통부 장관 현수막이 걸려 있다. photo 주민욱 영상미디어 기자


설 연휴 다음날인 지난 2월 13일 인천 계양구의 '계양산전통시장'. 비교적 한산한 이른 오전부터 이곳을 찾은 인사는 계양을 총선 출마를 선언한 원희룡 전 국토교통부 장관이다. 원 전 장관은 계양을 지역구 현역 의원으로 있는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를 겨냥하며 "그의 정치 고리를 끊어내겠다"며 강한 의지를 피력한 바 있다. 시장에서 그는 곳곳을 누비며 상인들의 어려움, 지역 현안 등에 대한 자문을 구했다. 일면식 있는 상인들과는 여러 차례 기념사진을 남기기도 했는데, 일부 상인들 사이에선 "이 대표보다 원 전 장관의 얼굴을 더 많이 본다"는 말도 나오고 있다.

시장에서 칼국수집을 운영하는 황기순씨는 "지난달부터 틈날 때마다 왔는데 연휴 때는 보좌진 한 분 정도만 같이 와서 매일 얼굴 비치고 이야기 나누고 갔다"고 말했다. 황씨는 이날 가게를 찾은 원 전 장관과 길게 이야기를 나누기도 했는데 "원 전 장관이 계양구가 생소하다 보니 이것저것 자주 묻는다"며 "시장 뒤편의 재건축 문제 등을 비롯한 지역 이슈, 아쉬운 점을 그때그때 이야기해주고 있다"라고 말했다. 이날 원 전 장관은 1시간 넘게 시장에 머물다 전날 인터넷 커뮤니티에서 추천받은 시장 내 식당에서 점심식사를 하며 오전 일정을 마무리했다. 원 전 장관 캠프 관계자는 "이제 막 지역에서 인사를 하고 있는데 우려한 것만큼 분위기가 그렇게 나쁘지는 않다"라고 말했다.

국힘 계양을 득표율은 상승세

원 전 장관이 자주 찾는다는 계양산전통시장은 계양을에 몇 안 되는 전통시장 중 한 곳으로 선거 때마다 표심의 바로미터로도 일컬어진다. 그러다 보니 설 연휴를 앞두고는 원 전 장관과 이재명 대표가 같은 시간대에 이 시장을 방문해 신경전을 벌이기도 했다. 원 전 장관이 벌써부터 지역에 공을 들이는 이유는 계양을이 보수당에 '험지'이기 때문이다. 계양을은 이미 송영길·이재명 등 두 명의 민주당 당대표를 배출할 정도로 민주당 세가 강하다. 국민의힘 후보들은 역대 선거마다 고배를 마셔야만 했다. 이날 시장의 전반적인 분위기는 과거와 크게 다를 것 없어 보였지만, 원 전 장관과 이야기를 나눈 일부 상인들 중에는 '변화'를 우선적으로 바라는 이들도 적지 않았다.

계양산전통시장의 한 수산물가게 사장은 "혹여나 손님이 끊길까봐 함부로 이야기하긴 어렵다"면서도 "이 지역 이미지가 좀 깨끗해져야 하지 않겠나. 새로운 분이 와서 탁 바꿔줬으면 좋겠다"라고 말했다. 앞서의 황씨는 "자유와 권리를 다 했으면 책임과 의무를 져야 하는데 아직까지 명확히 마무리된 게 없다"며 "사람의 도리를 다 한 사람이 정치도 제대로 할 수 있다고 본다"라고 의미심장한 말을 했다. 계양을 전·현직 의원인 송영길 전 의원과 이 대표의 사법리스크 등을 의식한 말인데, 이를 해소하지 못할 바엔 차라리 국민의힘 후보가 낫지 않겠냐는 이야기였다.

이러한 분위기에는 원 전 장관의 정치적 체급이 과거 국민의힘 소속으로 계양을에 출마했던 윤형선 계양을 당협위원장보다 좀 더 크지 않냐는 상인들의 인식도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보인다. 시장 내 한 떡집 사장은 "사람을 레벨로 나누긴 그렇지만 그래도 원 전 장관 몸집이 크니 갸우뚱하는 부분도 생긴다. 원 전 장관이 잘하면 (민주당이) 쉽지 않겠다는 거다"라고 말했다. 일부 상인들은 이런 점 등을 들어 원 전 장관에게 "매일 나와서 정말 열심히 좀 해달라"는 당부도 전했다고 한다.

원 전 장관 측에선 오는 총선을 앞두고 이런 시민들 의견과 함께 최근 계양을 선거 득표율 추이에 주목하는 분위기다. 국민의힘은 계양을 선거에서 항상 패배했지만, 득표율은 상승세를 이어가고 있다. 선거별로 보면 2016년 20대 총선 31.2%(윤형선 당시 후보), 2020년 21대 총선 38.7%(윤형선 당시 후보), 2022년 20대 대선 43.1%(윤석열 당시 후보), 2022년 재보궐선거 44.7%(윤형선 당시 후보) 등이다. 오는 총선에서 계양을 출마를 또 한 번 선언한 윤형선 당협위원장 캠프 관계자는 "기존 양당 지지층 변화는 없지만, 부동층 일부는 선거를 거듭할수록 국민의힘이 조금씩 흡수한다고 보고 있다"며 "지난 재보궐선거 때와 올해 총선은 또 다를 것"이라고 분석했다. 최근 윤 위원장 캠프 내부에서 실시한 비공식 여론조사 결과에 따르면, 윤 위원장은 이재명 대표에게 오차범위 내로 패배하는데 그 차이는 0.5~0.7%포인트에 불과한 것으로 나왔다고 한다. 이 관계자는 "박빙이라 할 수 있는 지표가 나올 정도로 기세가 많이 올랐다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유동규가 흡수할 지지층도 변수

다만 중앙여론조사심의위원회에 신고된 다수 여론조사는 여전히 이 대표의 압도적 승리를 예측하는 상황이다. 이 대표와 원 전 장관, 이 대표와 윤형선 위원장 양자 대결에서 이 대표 지지율은 모두 40%대, 원 전 장관과 윤 위원장은 30%대에 머물고 있다. 지난 2월 13일 계양산전통시장에서 만난 한 상인은 시장 내 입주한 '호남향우회' 사무실을 가리키며 "정말 열심히 해야 뒤바뀔까 말까일 것"이라고 말했다.

지역 정치권에선 이 대표의 계양을 출마 자체를 여전히 변수로 여기는 분위기도 있다. 현재 계양을 출마를 선언한 양당 후보인 이 대표, 원 전 장관, 윤 위원장 선거사무실은 모두 인천 지하철 1호선 계산역 일대에 모여있다. 이 중 이 대표 선거사무실은 두 예비후보들과 달리 지난 1월 중 임대차 계약만 체결한 뒤 사무실은 정비하지 않은 상황이다. 지난 2월 13일에도 이 대표 측 선거사무실 문만 굳게 닫혀 있었다. 지역 한 정치권 관계자는 "이 대표 측에서 직접 사무실을 마련했다기보다 민주당 계양을 지역위원회에서 마련한 것으로 입간판도 없는 지금 상황만 보면 이 대표가 출마하지 않을 수 있다는 이야기도 파다하다"며 "이 경우 '자객 공천' 격으로 출마한 원 전 장관의 입지는 애매해지고, 민주당에서 대안으로 나올 다른 후보 영향력도 고려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런 분석에 힘이 실리는 이유는 역대 선거에서 당대표가 지역구 선거에 나온 예가 전무했기 때문이다.

여기에 자유통일당 소속으로 계양을 출마를 선언한 유동규 전 성남도시개발공사 기획본부장 변수도 있다. 유 전 본부장은 지난 2월 14일 "이재명이 방탄조끼를 만들어 입는 꼴은 더 이상 못 보겠다"며 출마의 변을 밝혔다. 향후 총선 구도에 따라 유 전 본부장이 민주당 혹은 국민의힘 측 지지율을 흡수할 여지도 크다. 이손희 상인회장은 "이번엔 워낙 큰 분들이 나오다 보니 아직은 다수가 의견을 숨기는 듯하다"라고 말했다. 양당의 계양을 총선 경쟁은 이제 시작이다.

칭찬하다(823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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