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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컴퓨팅 파워는 국력이다"…美 제재가 키우는 中 업종 [차이나는 중국]

[편집자주] 차이 나는 중국을 불편부당한 시선으로 바라봅니다./로이터=뉴스1"컴퓨팅 파워는 국력이다."(算力卽國力) 중국 인터넷에서 반도체 관련 기사를 검색하다가 눈에 띈 문장이다. '체력이 국력'은 옛말이 됐고 지금은 정말 컴퓨팅 파워가 국력이다. 2022년말 챗GPT가 세상에 모습을 드러낸 이후 인공지능(AI)이 각광받는 지금은 더 그렇다. 미국의 대중 제재가 반도체에 집중된 이유도 "컴퓨팅 파워가 국력이다"라는 한 문장에 들어있다. 중국 역시 속수무책으로 당할 수는 없기 때문에 반도체 국산화에 매진하고 있다. ━미국 제재의 대표 수혜업종은 중국 반도체 장비 업종━지난해 중국은 반도체 4796억개를 수입하는 데 3494억달러를 썼다. 반면 반도체 수출금액은 1360억달러에 불과해, 반도체 무역적자가 2134억달러(약 285조원)에 달했다. 막대한 무역 적자도 문제지만, 더 중요한 건 첨단반도체를 확보할 수 없어서 미국과의 기술경쟁에서 밀릴 수 있다는 우려다. 2022년 미국 상무부는 중국 인민해방군이 인공지능(AI) 칩을 군사용으로 사용할 수 있다는 이유로 엔비디아 A100·H100의 중국 수출을 금지했다. 엔비디아는 중국 수출용으로 사양이 낮은 A800·H800을 개발해 대중 수출을 재개했지만, 미국은 지난해 10월 A800·H800의 중국 수출도 막았다.중국 기업은 암시장을 통해 엔비디아의 AI칩을 확보하면서 대응 중이지만, 장기적으로 불확실성이 너무 크다(지난해 중국의 반도체 무역적자가 전년 대비 줄어든 것도 반도체 밀수 시장이 커진 영향으로 보는 분석이 많다). 중국 입장에서는 먼 훗날의 일이 되더라도 반도체 자급에 매진할 수밖에 없다. 지난 15일 블룸버그는 월가 투자은행 대부분이 중국 주식으로부터 고개를 돌리고 있지만, 바클레이· 샌포드 번스타인 등 일부는 중국 반도체기업을 고객에게 추천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특히 샌포드 번스타인은 나우라테크놀러지와 하이광정보가 언젠가 경쟁업체인 미국 어플라이드머티어리얼즈(AMAT)나 AMD처럼 유명해질 수 있다고 전망했다. AMAT는 램리서치, KLA(이상 미국기업), ASML(네덜란드), 도쿄일렉트론(TEL·일본)과 더불어 글로벌 5대 반도체 장비업체다. 이유는 간단하다. 중국의 첨단 개발을 막으려는 미국 제재로 인해, 중국 반도체 산업이 생존을 위해 분투하게 되고 이 과정에서 큰 기회를 창출할 수 있기 때문이다.미국은 엔비디아의 AI칩을 중국에 팔지 못하게 했을 뿐 아니라, 네덜란드 반도체 장비업체 ASML의 극자외선(EUV) 장비 등 최첨단 반도체 장비의 대중 수출도 틀어막았다. 블룸버그의 보도처럼 이런 미국의 제재는 '양날의 칼'로 중국의 첨단 기술 개발을 늦추는 동시에 중국으로 하여금 자체 공급망을 건설하고 반도체 자급을 추구하도록 강요하는 결과를 낳고 있다. 미국 제재의 수혜가 집중된 세부 업종이 바로 반도체 장비다. ━ 순익 53% 급증한 중국 최대 반도체 장비업체, 나우라 테크놀러지━20일 중국 21세기경제보도에 따르면 작년 잠정실적을 발표한 중국 반도체 상장기업 63곳 중 12곳만 실적이 호전됐다. 지난해 전 세계 반도체 경기 둔화의 직격탄을 중국 반도체 기업도 피해가지 못한 것이다. 재밌는 건 실적이 호전된 12곳 중 6곳이 반도체 장비업체라는 사실이다. 중국 반도체 장비업체 대장주는 식각, 증착, 세정 등 반도체 전공정에 걸쳐서 제품 포트폴리오를 보유한 나우라(Naura) 테크놀러지다. 중국의 AMAT로 불리는 나우라는 지난해 매출액이 210억~231억위안(약 3조8800억~4조2700억원)으로 전년 대비 42.8~57.3% 증가했다. 순이익도 36억~42억위안(약 6660억~7770억원)으로 53.4~76.4% 급증했다. 나우라는 지난해 신규 수주금액도 300억위안(약 5조5500억원)을 넘어설 정도로 수주 물량도 넘친다. 식각장비업체로서 중국의 램리서치로 불리는 AMEC의 작년 매출액은 전년 대비 32.1% 증가한 약 63억위안(약 1조1600억원), 순이익은 45.3~58.2% 늘어난 17억~18억5000만위안(약 3140억~3420억원)을 기록했다. 지난해 AMEC의 신규 수주 금액은 32.3% 늘어난 83억6000만위안(약 1조5500억원)에 달했다. 노광공정(Photolithography)을 지원하는 코터(coater), 디벨로퍼(developer)를 생산하는 ACM리서치도 지난해 매출액이 37억~43억위안(약 6840억~7960억원)으로 27.0~47.9% 증가했다고 밝혔다. 지난해 중국 반도체 장비업체의 실적이 개선된 이유는 중국 파운드리 업체들이 설비투자를 늘렸기 때문이다. 세계 파운드리 점유율 5위로 중국 반도체 자립을 책임지고 있는 SMIC는 지난해 설비투자(CAPEX)가 74억7000만달러로 매출액(63억2200만달러)을 넘어섰다. SMIC는 중국 각 지역에 반도체 생산라인을 짓고 있으며 올해도 설비투자 규모가 작년과 비슷할 수준을 유지할 것이라고 밝혔다. 중국 2위 파운드리업체 화홍반도체도 지난해 중국 상하이증시 상장을 통해 조달한 금액을 설비투자에 투자할 계획이다. 중국 파운드리업체의 설비투자 확대와 중국 반도체 장비의 납품 비중 증가가 중국 반도체 장비업체의 매출 증가로 이어진 것이다. 중국 반도체 전문매체 반도체산업종횡에 따르면 지난해 6월 기준 중국 반도체 장비의 국산화율은 세부 분야별로 천차만별이다. 반도체 노광 및 에칭(식각) 공정 후 남은 감광액(PR·Photoresist)을 제거하는 PR 스트립은 국산화율이 90%, 세정 장비는 58%, 식각 장비도 44%에 달했지만, 기술장벽이 가장 높은 노광 장비는 거의 0%다.앞에서 언급했다시피 미국이 ASML의 대중 수출을 통제하고 있기 때문에 SMIC는 EUV를 구매할 수 없으며 노광장비가 중국 반도체의 아킬레스건이다. 현재 상하이마이크로일렉트로닉스(SMEE)가 노광장비 국산화의 막중한 책임을 떠맡고 있는데, 지난해말 28나노(㎚, 10억분의 1m) DUV(심자외선) 노광장비를 개발한 것으로 보도된 바 있다. 당분간 중국 반도체 장비 업체는 성장세를 이어갈 것 같다. 지난해 상반기에 국제반도체장비재료협회(SEMI)가 반도체 전공정 장비를 포함한 전 세계 웨이퍼 팹 장비부문 매출이 18.8% 줄어들 것으로 전망했다가 3.7% 감소한 906억달러로 작년 전망치를 다시 상향한 것도 중국 반도체 장비 구매 증가가 영향을 미쳤다. SEMI는 중국, 대만, 그리고 한국이 2025년까지 반도체 장비 구매 상위 1~3위를 차지할 것으로 예상했으며 이 기간 중국이 반도체 장비에 가장 많이 투자하는 국가가 될 것으로 전망했다. 당장 AMAT에 필적할 만한 회사가 되지는 못하겠지만, 나우라의 성장도 계속 이어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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