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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발니 의문의 죽음 파장…침묵하는 푸틴의 속내는

나발니 의문의 죽음 파장…침묵하는 푸틴의 속내는

최인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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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망 배후' 의혹과 비판 쏟아져…대선 앞두고 민심도 흔들

정적 사라지고 반정부 운동 위축된 것은 푸틴에 유리할 수도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

[로이터=연합뉴스 자료사진. 재판매 및 DB 금지]

(모스크바=연합뉴스) 최인영 특파원 = 러시아 반정부 운동가 알렉세이 나발니가 시베리아 교도소에서 급사한 지 나흘이 되도록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아무런 반응을 내놓지 않고 있다.

나발니가 '푸틴의 정적'으로 꼽힌 인물이고, 이번 죽음과 관련한 각종 의혹도 제기되는 만큼 푸틴 대통령의 입장에 관심이 쏠리고 있지만 정작 그는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 무대응으로 일관하고 있다.

드미트리 페스코프 크렘린궁 대변인은 19일(현지시간) 브리핑에서 나발니 사망 소식에 푸틴 대통령이 어떻게 반응했는지를 묻자 "추가로 말할 것이 없다"고 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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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시아 시베리아 최북단에 있는 야말로네네츠 자치구의 제3 교도소에 수감 중이던 나발니는 지난 16일 돌연 사망했다. 러시아 교정 당국은 나발니가 산책 후 의식을 잃고 쓰러져 사망했다고 발표했다.

나발니가 푸틴을 비롯한 러시아 고위 관료들의 부정부패를 폭로하고 정부 비판에 앞장섰던 만큼, 측근들은 나발니가 살해됐다고 주장하며 그 배후로 푸틴 대통령을 지목하고 있다. 나발니가 2020년 비행기에서 독살 테러를 당했을 때도 푸틴 배후설이 제기된 바 있다.

크렘린궁은 연방 수사위원회가 나발니의 사인을 조사하고 있다며 각종 억측에 불쾌감을 드러내고 있다. 일단 조사 결과를 기다려 봐야 한다는 것이다.

옥중 사망한 나발니
옥중 사망한 나발니

[AFP=연합뉴스 자료사진. 재판매 및 DB 금지]

그러나 지난해 8월 예브게니 프리고진 바그너그룹 수장이 의문의 비행기 추락 사고로 사망했을 때 푸틴 대통령은 하루 뒤 "조사에 시간이 걸릴 것"이라면서도 "그는 유능한 사업가였다", "유족에 애도의 뜻을 전한다"며 입장을 밝혔다.

사망 두 달 전 프리고진은 우크라이나 '특별군사작전'에 참가한 바그너그룹 용병들을 이끌고 무장 반란을 일으키며 푸틴 대통령의 통치력에 위협을 가한 바 있다.

이 때문에 프리고진도 '제거'됐을 가능성이 제기됐다. 하지만 프리고진은 푸틴 대통령에게 충성했던 최측근이었다는 점에서 나발니와 입장이 조금 다르다.

푸틴 대통령은 나발니가 점점 많은 인지도와 인기를 쌓아 올리는 상황에서도 그를 '그 사람', '블로거' 등으로 칭하며 그의 존재 자체를 인정하지 않으려 했다.

그러나 나발니의 죽음은 외면하기 어려울 정도로 상당한 파장을 일으키고 있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을 비롯한 서방 지도자들은 일제히 나발니의 죽음에 푸틴 대통령에 책임이 있다며 강력히 비판했다.

나발니 사망을 계기로 미국과 유럽에서는 대러시아 추가 제재 필요성이 대두하고 있다. 우크라이나에 대한 추가 지원이 탄력받을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우크라이나 사태 이후 쪼그라든 푸틴 대통령의 국제 사회 입지도 더욱 작아질 것으로 보인다.

러시아 내부 민심도 술렁이고 있다. 나발니의 죽음을 안타까워하며 추모비에 꽃을 놓고 가는 시민들의 발걸음이 줄을 잇는 것이다. 다음 달 대선을 앞둔 푸틴 대통령으로서는 달갑지 않은 상황이다.

경찰 감시 속 나발니 추모하는 모스크바 시민들
경찰 감시 속 나발니 추모하는 모스크바 시민들

[AP=연합뉴스 자료사진. 재판매 및 DB 금지]

과거 나발니가 폭로했던 푸틴 대통령 관련 각종 부정부패 의혹이 다시 사람들 입에 오르내리면서 '비리', '탄압' 등 푸틴 대통령에 대한 부정적 이미지도 부각되고 있다.

나발니의 사망이 러시아 반정부 인사들을 결집하게 만들 수 있다는 예상도 나온다. 이 때문에 나발니의 아내 율리아 나발나야의 행보가 주목받고 있다.

하지만 나발니의 죽음으로 푸틴 대통령이 잃는 것보다 얻는 것이 더 크다는 분석도 있다. 단기적으로는 영향을 받을 수 있지만, 장기적으로는 눈엣가시 같았던 정적이 사라지면서 통치 기반이 더욱 공고해진다는 것이다.

이미 대부분 해외에 망명 중인 반정부 인사들은 '세계적인 지지를 받는 인사도 어느 날 갑자기 사라질 수 있다'는 두려움 속에 전면으로 나서는 것을 더욱 꺼릴 수 있다는 관측도 있다.

푸틴 대통령이 외부로 시선을 돌리기 위해 우크라이나 군사 상황에 더욱 집중할 수 있다는 예상도 나온다.

정부 감시를 받는 언론이 나발니 사망 소식을 비중 있게 다루지 않고 있고, 푸틴 대통령에 대한 국민 신뢰도가 80%에 육박한다는 여론조사가 나오는 상황에서 나발니의 사망이 푸틴 대통령의 5선 도전에 큰 영향을 미치지는 않을 것이라는 전망도 있다.

다만 러시아 야당 지도자들이 선거일인 다음 달 17일 정오에 항의의 표시로 일제히 투표소에 나오자는 제안에 여러 러시아인이 행동에 나설 가능성이 있다.

러시아 정치권에서는 화살을 서방에 돌리려는 시도도 하고 있다.

바실리 피스카레프 하원(국가두마) 의원은 나발니의 죽음으로 서방이 러시아를 비판하고 추가 제재를 할 수 있는 명분을 얻었다면서 "이익을 보는 사람이 범인"이라고 주장했다.

abbi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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