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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크라전 2년…'역대최대 규모' 대러제재는 기대미달

우크라전 2년…'역대최대 규모' 대러제재는 기대미달

대체로 멀쩡한 러…"미국 기대만큼 고립되지 않아"구소련권·중국·인도 '구멍'…미 금융패권에 부메랑전문가 "러, 이제 대체 공급망 구축" 제재 한계 지적도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 [AP 연합뉴스 자료사진. Alexander Kazakov, Sputnik, Kremlin Pool Photo via AP] (서울=연합뉴스) 김정은 기자 =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이래 지난 2년간 미국과 유럽연합(EU) 등 서방은 역대 최대 규모의 대러 제재를 가했지만, 결과는 기대에 미치지 못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미국과 영국 등 서방 주요 매체는 오는 24일(현지시간)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2년을 앞두고 잇따라 이 같은 평가를 내놨다. 미국 일간지 월스트리트저널(WSJ)은 22일 "서방의 사상 최대 규모의 제재는 그들의 가장 중요한 임무, 즉 러시아의 '전쟁 기계'를 멈추는 데 실패했다"면서 "서방 당국자들은 제재는 러시아의 경제와 무기 생산력에 손상을 줬지만, 그 영향은 기대했던 것보다 느리다는 것을 인정했다"고 전했다. 미국 뉴욕타임스(NYT)도 같은 날 "러시아를 고립시키기 위한 미국의 조치는 한계를 보이고 있다"면서 2년이 지난 지금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미국 당국자들이 바랐던 만큼 고립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영국 시사주간지 이코노미스트는 21일 '제재는 블라디미르 푸틴과 싸우기 위한 방법이 아니다' 제하의 기사에서 서방이 지난 2년간 전례 없는 규모의 대러 경제제재를 부과하고도 기대만큼의 효과를 거두지 못했다고 진단했다. 서방은 유례 없는 대규모 제재를 통해 러시아가 첨단 기술의 현대적 무기를 확보하지 못하도록 하고 러시아의 수입원을 줄이고 경제적 고통을 가해 이 나라가 평화 모색에 나서도록 한다는 구상이었다. 글로벌 제재 추적 데이터베이스를 제공하는 웹사이트 카스텔룸(Castellum.ai)에 따르면 2022년 2월 이래 미국과 유럽, 그 동맹국들은 1만6천500개 이상의 표적을 겨냥한 대러 제재를 가했다. 서방이 가한 제재는 러시아 석유 수입 제한에서부터 러시아에서 예민한 물품 수출 금지, 러시아 중앙은행 자산 동결, 일부 러시아 은행의 국제 결제망 배제 등 광범위하다. 그러나 일시적으로 충격을 받았던 러시아 경제는 작년부터 다시 성장세로 돌아섰고, 달러 패권과 국제 에너지 시장에 대한 서방의 영향력이 약화하는 등 오히려 부작용만 초래됐다는 것이 이코노미스트의 지적이다. NYT, WSJ에 따르면 특히 러시아는 중국, 인도, 브라질 등 서방의 대러 제재를 꺼리는 국가를 통해 제재를 피해가고 있다. 과거 이란이나 북한에 대한 제재와는 달리 러시아의 경제적 무게는 이 나라를 고립시키기 어렵게 만들었다는 진단이다. 러시아는 석유와 가스뿐 아니라 우라늄과 티타늄 등 서방 경제가 의존하고 있는 다른 자원도 수출하는 국가다. 러시아는 제재로 자국 에너지의 주요 '고객'이었던 유럽을 잃었지만, 그 대신 중국, 인도, 브라질이 할인된 가격으로 기록적인 양의 러시아 석유를 사들이고 있다.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 [AFP 연합뉴스 자료사진. UKRAINIAN PRESIDENTIAL PRESS SERVICE / AFP] 그중에서도 중국이 러시아와 무역을 계속하면서 러시아와 거래를 끊은 서방 업체의 공백을 메우고 있다. 중국은 생활용품에서부터 금융 서비스까지 거의 모든 것을 러시아에 공급하고 있다. 이들 국가간 경제적 관계가 강화되면서 외교적 유대도 더욱 긴밀해지고 있다. 러시아의 영향력은 아프리카에서도 확대되고 있다. 러시아는 중국, 북한, 이란 등 기존 동맹들과의 관계도 더욱 강화했다. 북한은 러시아에 탄도미사일을, 이란은 드론(무인기)을 보내고 있다. 중국은 무기 수출은 자제하고 있지만 화학물질 등 민간과 군에서 양쪽에서 사용할 수 있는 장비를 보내고 있다. 러시아는 제재로 첨단 기술, 특히 현대식 무기에 사용될 수 있는 장비를 수입하는 데 제한을 받게 됐지만 우회로를 찾는 데 성공했다. 아르메니아, 터키 등 일부 러시아 인접국은 미국 제재에 동참하지 않았고, 이들 국가의 민간 기업들은 마이크로칩 등을 수입해 러시아에 되팔고 있다. 카자흐스탄, 키르기스스탄 등은 유럽 제품의 수입을 늘려 러시아에 주요 제품을 공급하고 있다. 서방의 제제와 이에 따른 기업들의 거래 중단은 러시아의 국민의 일상에 영향을 주고 있긴 하지만 다수의 경우 애플 페이, 인스타그램을 사용할 수 없는 등의 불편으로, 사회적 불안을 조성하거나 푸틴 대통령의 행동에 변화를 가져올 만한 수준은 아니다. 과거 버락 오바마 미국 행정부 때 국무부 당국자였던 에드워드 피시먼은 제재 구멍과 암거래에도 불구하고 시간이 지남에 따라 서방 제재는 러시아에 좀 더 큰 타격을 줄 것이라면서도 "현 시점에서 제재는 실망을 안겨주고 있다"고 평가했다. 그는 푸틴 대통령은 이 같은 제재에 자국을 준비시켰고, 전쟁을 계속 수행하고 국제사회에서 영향력을 유지하기 위한 충분한 선택지를 찾았다면서 "불행하게도 러시아는 이제 대체 공급망을 구축했다"고 말했다. 그는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러시아의 에너지 수출과 기술 수입을 단속할 수 있는 좀 더 대담한 조치를 취할 수 있었지만, 인도 등 러시아 석유의 주요 수입국들과의 마찰을 고려해 그렇게 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무엇보다도 러시아 석유 수출 억제는 국제 유가를 올릴 가능성이 있고 이는 미국, 특히 올해 11월 대선을 앞둔 대통령에게는 나쁜 소식일 수 있다는 분석이다. 이코노미스트는 "제재는 충분히 역할을 못했고, 이를 더 확대하는 건 장기적으로 비생산적인 결과를 초래할 것"이라면서 "마법의 무기 따윈 없다. 금융전쟁은 우크라이나가 필요로 하는 돈과 무기 전달의 대체재가 될 수 없다"고 경고했다. 다만 상당수 서방 당국자와 경제 전문가들은 내년 초에는 러시아 경제가 더 큰 타격을 입을 것이라고 예상하고 있다. 리처드 포테스 영국 런던 비즈니스스쿨 교수는 단기적으로는 유가 상승이 제재 효과를 상쇄하는 데 도움이 됐다면서 그러나 향후 몇 년에 걸쳐 러시아는 예비금이 바닥날 것이고 파멸적인 자본도피와 두뇌유출에 직면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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