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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당 인색한 기업에 세금 인센티브···밸류업 기대감보다 세수 부족 우려만 커진다

배당 인색한 기업에 세금 인센티브···밸류업 기대감보다 세수 부족 우려만 커진다

정부 배당소득세, 법인세 감면 공식화…“주주 환원 확대 유도”
금투세 폐지, 주식양도세 완화 감세드라이브 속도
최상목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지난 19일 오후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자본시장 선진화 관련 업계 간담회에 참석해 정부가 마련한 정책에 대해 설명하는 모습.


정부가 기업의 주주환원을 유도하기 위해 꺼내든 감세 정책에 대한 비판이 커지고 있다. 배당을 늘리는 기업의 법인세를 깎아주고 배당받는 주주가 내야 하는 소득세 부담을 낮춰주겠다는 게 정부 구상인데, 이는 장기적으로 기업 투자를 위축시키고 소수 특권층에게만 감세 혜택이 돌아가는 역진적 조세정책이라는 지적이 제기된다. 주가 부양을 위해 주식양도소득세, 금융투자소득세에 이어 배당소득세, 법인세까지 손대기로 하면서 세수 부족이 더욱 심화될 수 있다는 우려도 크다.

정부가 지난 19일 기업 밸류업 프로그램의 일환으로 내놓은 감세 방향은 두 축으로 구성된다. 기업이 배당·자사주 소각 등 주주환원을 늘릴 경우 증가액 일정 부분에 대해 법인세 부담을 완화하는 것과 배당소득세 부담을 낮추는 안이다. 현재 2000만원이 넘는 배당소득에 최고 49.5% 세율(지방세 포함)을 부과하는 배당소득세는 소득공제·세액공제·분리과세 등을 동원해 실질 세부담을 낮추는 안이 채택될 가능성이 높다.

감세정책이 원론적으로 배당을 늘릴 유인은 맞다. 이상호 자본시장연구원 연구위원은 “재투자가 어려운 성숙 단계의 기업 대주주일수록 분리과세로 세율이 낮아지면 배당에 더 우호적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다만 종목별로 배당 증대 효과는 다르게 나타날 가능성이 크다. 기업 가치가 저평가돼 있는 저PBR(주가순자산비율)주 중에서도 금융주, 기아·현대차, 삼성생명 등처럼 실적이 좋고 순현금이 충분한 종목은 감세 조치가 배당을 늘릴 유인이 될 수 있다. 반면 같은 금융주라도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위험 노출액(익스포저)이 큰 기업은 섣불리 배당을 늘리지 않을 가능성이 크다.

전반적인 국내 상장기업의 현금성 자산 여력을 볼 때 감세 효과가 제한적일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기업데이터연구소 CEO스코어에 따르면 지난해 3분기 국내 매출 500대 상장기업의 총 잉여현금흐름(FCF) 누적액은 -2조5787억원으로 집계됐다. 영업활동현금흐름보다 자본 지출이 더 크다는 의미로, 상장기업 전반적으로는 현금 흐름이 줄어 배당 여력이 낮을 수 있다.

실패로 돌아간 2014년 배당소득증대세제…그때 부작용은




전문가들은 감세가 불러올 부작용을 경고한다. 현재 정부가 추진하는 배당소득세 감세와 거의 흡사한 박근혜 정부의 배당소득증대세제는 부자감세, 외국인 투자자 국부유출 논란과 함께 도입 3년 만에 일몰됐다.

당시 정부는 고배당 주식을 보유한 주주에게 배당소득 원천징수세율을 14%에서 9%로 낮춰주고, 금융소득 종합과세 대상자(2000만원 초과)는 25% 세율의 분리과세를 허용했다. 도입 후 배당금 규모가 늘었지만 이는 세금보다 당기순이익이 전반적으로 증가된 데 따른 것이었다. 반대로 감세의 실질적 수혜자는 지분율이 높은 고소득층, 기업 지배주주로 사실상 부자감세 효과가 나타났다. 조세재정연구원은 관련 보고서에서 “정책 효과는 미미한 반면 세수 손실만 수반”했다고 평가했다.

우석진 명지대 교수는 “정부가 다시 감세 정책을 추진하면 단기적으로 주가가 오를 수 있지만 외국인이 팔고 나가면 급락할 가능성이 있다”며 “이 경우 헷지를 써서 위험을 방어하는 기관투자자나 외국인과 달리 개인 투자자는 방어 수단이 없어 위험할 수 있다”고 말했다.

배당과 자사주 소각을 중심으로 한 인센티브가 과연 밸류업 목적에 부합하는지에 대한 의문도 제기된다. 최진아 미래에셋증권 연구원은 보고서에서 “기업 밸류업 프로그램이 배당과 자사주 매입·소각에 치중될 경우 중장기적 비즈니스 지속 가능성을 담보하기 위한 연구개발(R&D) 투자 진행에 차질이 발생할 수 있다”고 말했다.

역진적 조세 정책 언제까지


무엇보다 극소수 특권층에게 혜택이 돌아가는 역진적 정책이란 점에서 비판이 나온다. 배당소득 분리과세시 특혜를 받는 대상은 매년 2000만원이 넘는 배당 수익을 낸 주주다. 김용원 나라살림연구소 책임연구원은 “배당수익률이 2%라고 가정할때 1년에 1000만원의 배당수익을 낸다고 하면 주식에 5억원을 투자했어야 한다”며 “가계의 부동산 자산 쏠림 현상이 큰 국내 기준상, 극소수 상위계층이 감세 수혜층이라는 의미”라고 말했다.

윤석열 정부는 이미 상장주식 양도소득세 과세대상이 되는 대주주 요건을 종목당 보유주식 10억원 이상에서 50억원 이상으로 크게 완화한 상태다. 배당소득세까지 더해지면 추가적 과세 혜택이 소수 계층에 지나치게 집중될 수 있다는 이야기다. 김우찬 고려대 교수는 “배당을 늘리기 위해 소득세 자체를 낮추더라도 종합부동산세, 양도소득세 등을 건드리지 말았어야 한다”라며 “세수가 크게 부족한 상황이 우려된다”고 말했다.

반도체 등 국내 대표기업 실적이 악화하면서 가뜩이나 법인세 세수가 줄고 있다는 점도 문제다. 법인세는 지난해 세수 감소분(56조4000억원) 중 차지하는 비중이 44%에 달한다. 류덕현 중앙대 교수는 “지난해 전자, 반도체 기업들의 영업이익을 보면 올해 걷힐 법인세 세수도 상당히 비관적”이라며 “세입 기반이 좋지 않은 상황에서 거듭된 감세 정책은 향후 감당하지 못한 결과를 부를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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칭찬하다(99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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