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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파원시선] 러 극동 연해주, 북러 밀착 '가늠자' 부상

[특파원시선] 러 극동 연해주, 북러 밀착 '가늠자' 부상

北과 인적·물적 교류확대 준비…활성화 여부로 북러 관계 숙성도 가늠

악수하는 북러 정상
[AP 연합뉴스 자료사진. 재판매 및 DB 금지]


(블라디보스토크=연합뉴스) 최수호 특파원 = 지난 9일 러시아 단체관광객 97명은 극동 연해주 블라디보스토크 국제공항에서 북한 고려항공 여객기를 타고 평양으로 떠났다.

북한에 도착한 이들은 3박 4일 동안 김일성 광장, 원산 마식령스키장 리조트 등을 방문한 뒤 지난 12일 러시아로 돌아왔다.

코로나19 방역을 위해 2020년 1월 국경을 걸어 잠갔다가 3년 7개월 만인 작년 8월 재개방한 북한이 외국인 관광객을 다시 맞이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작년 9월 러시아 극동에서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만나 양국 간 협력 강화를 약속한 뒤 불과 5개월 만에 이뤄진 일이기도 하다.

이런 까닭에 러시아 관광객의 북한 방문은 국제사회 우려에도 급속도로 밀착 중인 북러 관계를 상징하는 장면으로 평가받는다.

북한-중국과 달리 정치적 분야 외에는 낮은 수준의 관계에 머물렀던 북러가 최근 들어 여러 방면에서 협력을 강화하는 이유는 양측 전략적 이해관계가 맞아떨어진 결과라는 게 전문가들의 지배적 의견이다.

또 이번 밀착의 핵심은 군사 분야를 비롯해 인도적 지원 등에 있다고 본다.

특히 러시아는 핵 위협 능력 강화를 위해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등 우주 발사체 개발에 국력을 집중하는 북한에 절실한 첨단 군사기술을 보유하고 있다.

그러나 북한과 러시아는 군사 분야 등 민감한 영역에서의 협력은 강력히 부인하고 있다.

서방은 북한이 자국 군수공장에서 생산한 탄약, 미사일을 나진항에서 선박을 이용해 '우크라이나 특별 군사작전'을 수행 중인 러시아로 운반하고 있다고 주장하나 북러 모두 "근거가 없다"며 일축했다.

유엔 안보리 대북 제재 결의로 금지한 '북한 노동자 러시아 파견' 문제를 두고도 양국은 유사한 태도를 보인다.

일각에서는 외화벌이가 시급한 북한이 국제사회 비난을 피하기 위해 관광·유학 비자를 통해 러시아로 노동력을 공급할 수 있다고 보지만 북러 모두 이 문제에 대해 침묵으로 일관하고 있다.

실제 블라디보스토크에 있는 상점이나 시장 등에서는 북한 노동자로 추정되는 인물들을 간간이 목격할 수 있다.

하지만 이들이 코로나19 팬데믹 이전에 러시아로 들어왔다가 아직 북한으로 돌아가지 못한 사람들인지, 아니면 최근 들어 새롭게 들어온 이들인지는 확인되지 않는다.

러시아 제1차 관광단 평양 도착
[조선중앙통신 연합뉴스 자료사진. 국내에서만 사용 가능. 재배포 금지. For Use Only in the Republic of Korea. No Redistribution]


또 작년 11월 북한이 3번째 시도 만에 첫 군사 정찰위성인 '만리경 1호' 발사에 성공하자 그 배경에 러시아의 기술 자문 등 지원이 있었을 것이라는 분석 역시 나온 바 있다.

하지만 오늘까지도 동지였다가 내일이면 등을 돌릴 수 있는 게 국제관계인 점을 고려할 때 러시아가 식량, 에너지 등을 넘어 북한이 원하는 고급 군사기술을 이전할 것인지에 대해서는 의견이 분분하다.

작년 9월 북러 정상회담 이후 내밀한 영역에서의 양국 간 밀착이 물밑에서 상당 부분 진행됐을 것이라는 서방 관측에도 불구하고 실제 그 정도가 어디까지 진척됐는지, 얼마나 오랫동안 지속될지는 현재로서는 섣불리 단정할 수 없다.

이런 까닭에 현지에서는 극동 지역에서 전개될 상황을 통해 향후 북러 관계의 숙성 정도를 추정해 볼 수 있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양국의 전략적 이해관계가 계속해서 충족된다면 현재 추진 중인 인적·물적 교류 확대 방안을 자연스럽게 구체화하고 활성화할 것이라는 논리에서다.

러시아에서 유일하게 북한과 국경이 맞닿은 연해주에서는 최근 들어 북한과의 교류·협력 강화를 위한 준비가 여러 방면에서 이뤄지고 있다.

양국은 인적 교류 확대의 첫걸음인 관광객 방문 활성화를 위해 이미 개방된 하늘길에 이어 연해주로 연결되는 육로와 바닷길 활용에도 관심을 두고 있다.

지난달 올레그 코제먀코 연해주 주지사는 올해 안에 하산 역과 북한 나진항으로 오가는 여객 철도 노선을 개통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고 밝힌 바 있다.

북러는 교역 증대 등을 위해 양국 국경인 두만강에서 추진했던 자동차 전용 국경 다리 건설 재개 방안도 논의하고 있다.

이밖에 연해주 정부는 북한 농민에게 농업용지 일부를 제공하는 방안도 검토 중이며, 최근 북한 농업기술 대표단도 러시아를 방문했다.

또 북한 스피드스케이팅 및 피겨스케이팅 유소년 선수 7명이 오는 18일 블라디보스토크에서 개막하는 제1회 국제 동계 어린이스포츠대회에 참가하기 위해 러시아에 왔으며, 올해 러시아 어린이들은 북한에서 열리는 여름 캠프에 참가할 예정이다.

한때 한국 신북방정책의 핵심 요충지였던 극동 연해주가 아이러니하게도 국제사회가 우려하는 북러 밀착의 중심 공간으로 변한 요즘이다.

북한 나진항에 도착한 러시아 특별열차
[연합뉴스 자료사진. 재판매 및 DB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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