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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르포] 응급실 앞에서 발 동동…"환자들 생명 담보해도 되나"(종합)

[르포] 응급실 앞에서 발 동동…"환자들 생명 담보해도 되나"(종합)

안정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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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령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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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대형병원 곳곳서 진료차질…'의료대란' 본격화 우려

평소 30분 진료 대기가 2시간으로…수술일정 미뤄지기도

의료대란, 현실화 하나
의료대란, 현실화 하나

(대구=연합뉴스) 윤관식 기자 = 19일 대구 한 대학병원에서 의사가 환자들 사이로 이동하고 있다. 2024.2.19 psik

(서울=연합뉴스) 이미령 안정훈 기자 = 정부의 의대 증원에 반발해 인턴과 레지던트 등 전공의들이 집단사직에 나서면서 환자와 보호자 사이에서는 '의료대란'이 본격화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실제로 19일 의료 현장에서는 응급실 입실이 지연되거나 아예 입실하지 못하는 경우도 속출해 환자와 보호자들이 애를 태웠다.

다수 전공의가 근무를 중단한 것으로 알려진 서울 서대문구 세브란스병원은 응급실을 찾은 환자들이 가득 차 오전부터 추가 접수가 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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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남의 병원에서 통원 치료를 받다가 사태가 악화해 세브란스 병원을 찾았다는 박모씨는 "파업으로 의사 수가 부족해 오늘 응급실 입원이 불가하다는 통보를 받았다"며 "앞으로 언제 치료를 받을 수 있는지도 듣지 못했다"고 말했다.

박씨는 "환자를 돌보고 치료해야 하는 의무가 있는 대형종합병원에 실망했다"며 "의사들이 파업을 재고해주길 바란다"며 분통을 터뜨렸다.

암투병 중인 한 남성은 이날 오전 응급실 앞에 도착하고도 10여분간 병원에 들어가지 못했다. 동행한 보호자는 "아버지가 어젯밤부터 산소포화도가 떨어져 급하게 왔는데 예약이 되지 않아 지금 바로 응급실에 들어가지 못하고 있다고 한다"며 발을 동동 굴렀다.

신장이 안 좋은 아들 때문에 병원을 찾았다는 정모(48)씨는 "병원에 오는 사람들은 다 아픈 사람들인데 제때 치료가 이뤄지지 않고 차질이 빚어지게 되면 걱정이 더욱 커질 수밖에 없다"며 얼굴을 찌푸렸다.

위암 4기로 병원에 입원해 진료받고 있는 임모(69)씨는 "아직 나를 포함해서 병실에 있는 환자들이 수술이 밀렸다는 이야기는 없었다"면서도 "다들 위중한 만큼 의료대란이 장기화될까봐 걱정"이라고 말하며 연신 기침을 콜록거렸다.

세브란스병원 관계자는 "전공의 집단 사직에 대비해 현재 수술실을 평상시의 50∼60% 수준으로 운영하고 있다"며 "응급실은 의료대란 전에도 환자가 너무 많으면 환자를 못 받는 경우도 있다"라고 설명했다.

전공의 손에 들린 사직서
전공의 손에 들린 사직서

(대구=연합뉴스) 윤관식 기자 = 19일 대구 한 대학병원에서 전공의가 사직서를 들고 있다. 2024.2.19 psik

전공의들이 전원 사직을 예고한 '빅5' 병원 중 한 곳인 송파구 서울아산병원도 이날 환자와 보호자들은 자칫 수술·진료 일정이 미뤄지고 치료에 차질이 생길까 우려하는 모습이었다.

간암 치료를 위해 사흘째 서울아산병원에 입원 중이라는 강모(66)씨는 "같은 병실 다른 환자는 원래 내일 수술을 받기로 되어 있었는데 금요일로 미뤄져서 오늘 퇴원하고 목요일에 다시 입원한다고 하더라"며 "입원비도 더 부담해야 하고 불편이 큰 것 같다"고 전했다.

그는 "나는 전북 김제에서 올라와서 입원 중인데 수술이 미뤄지고 입원 기간이 길어질까봐 우려가 드는 게 사실"이라고 덧붙였다.

전공의 집단 사직으로 각 병원이 진료, 수술 일정을 조정하면서 환자들은 한 달 뒤로 예정된 수술도 미뤄야 할 수도 있다는 안내를 받기도 했다. 외래 진료를 받기 위해 평소보다 배로 기다려야 했다고 호소하는 환자도 있었다.

직장인 이모(27)씨는 수술 후 외래진료를 위해 서울 성동구 한양대병원을 찾았다가 평소에 30분 기다렸던 진료 대기시간이 2시간 넘게 늘어났다고 밝혔다.

이씨는 "언제 들어갈 수 있는지 설명조차 제대로 듣지 못했다"며 "앞으로도 병원을 내원해야 하는데 아픈 몸으로 갈 때마다 이렇게 기다릴 생각을 하면 정신이 아득하다"고 토로했다.

서울 서초구 서울성모병원 본관 2층에서 휠체어를 타고 있던 김모(55)씨는 "다음 달 14일 무릎 수술을 받기로 돼 있었다"며 "7개월 전에 잡은 날짜인데 오늘 수술 전 검사를 받고 왔더니 '파업이 길어질 수도 있으니 21일로 조정하는 게 어떻겠느냐'고 하더라"고 전했다.

그는 "수술 때문에 아들도 휴가를 미리 내놓고 잘 되든 안 되든 빨리 제 날짜에 했으면 좋겠는데 심란하다. 요새 뉴스만 보고 있다. 힘없고 '빽'없는 사람은 어떻게 하란 거냐"며 분통을 터뜨렸다.

자칫 치료에 차질이 생길까 우려하는 환자들 상당수는 전공의 집단 행동에 "공감할 수 없다"는 반응을 내비쳤다.

아내의 혈액암 치료를 위해 병원을 찾은 문모(63)씨는 "오늘 진료를 받으러 와서 다행이지만 응급실 갈 일이 생겼을 때 제대로 못 오지 않겠느냐"며 "환자들 생명을 담보로 이러면 안 되지 않느냐"고 목소리를 높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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