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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새로 만든 배 2대 중 1대가 중국…K

아! 새로 만든 배 2대 중 1대가 중국…K

10여년만 ‘슈퍼사이클’에도 웃지 못하는 조선업계
中, 작년 선박 수주 60%…생산량도 절반 넘어
고부가가치 선박도 기술력 격차 좁히며 거센 추격
韓조선사, R&D 올인…민관 협력해 5년간 9조 투입
“자율운항선박 등 생태계 주도, 이종산업 협력 필요”
HD현대중공업이 건조해 인도한 17만4000㎥급 액화천연가스(LNG)운반선 [HD한국조선해양 제공]


[헤럴드경제=정윤희·김은희 기자] 연초부터 수주 낭보가 이어지고 조선소 도크(선박 건조 공간)에는 일감이 넘친다. 액화천연가스(LNG)·암모니아 운반선 등 고부가가치 선박을 중심으로 이미 3~4년치 일감이 쌓였다. 조선사들은 과거 수년간 지속된 적자 고리를 끊고 지난해부터 속속 흑자 전환에 성공하고 있다. 조선산업이 10여년 만의 ‘슈퍼사이클(초호황기)’에 접어들었다는 진단이다.

그럼에도 정작 조선업계에는 긴장감이 흐른다. 친환경 고부가가치 선박 시장은 한국의 독무대였지만, 사실 조선시장 전체로 살펴보면 중국의 점유율이 압도적이다. 심지어 고부가가치 선박 시장에서도 중국이 기술력 격차를 좁히며 거세게 추격해오고 있다. 저가로 무장한 중국이 기술 격차마저 줄인다면 K-조선의 호황기도 순식간에 끝날 수밖에 없다. 보다 공격적이고 과감한 연구개발(R&D)을 통한 ‘초격차 기술력’으로 중국의 추격을 따돌려야 한다는 목소리가 크다.

16일 영국 조선·해운 시황 분석기관 클락슨리서치에 따르면, 중국은 지난해 글로벌 선박 발주량 4168만CGT(표준선 환산톤수) 중 2493만CGT를 수주하며 60%의 점유율을 기록했다. 특히, 중국은 지난해 상업용 선박 생산량 부문에서도 51%를 달성하며 사상 처음으로 절반을 넘어섰다. 2002년만 하더라도 점유율이 8%에 불과했던 중국의 선박 생산량이 폭발적으로 늘어나고 있다는 의미다.

반면, 우리나라는 지난해 1008만CGT를 수주하며 점유율 24%로 뒤를 이었다. 2018년 이후 약 32%대의 점유율을 유지해왔으나 지난해 중국과의 격차가 크게 늘어난 것이다. 지난해 선박 생산량 점유율도 26% 수준이었다. 수주잔량이 충분한 수준이고 고부가가치 선박 위주의 선별 수주 전략을 펼친 데다, 조선업계 전반에 걸친 인력난으로 다소 소극적인 수주전을 펼쳤던 점 등이 원인으로 지목된다.

한국수출입은행 해외경제연구소는 “중국은 해양굴기와 일대일로 전략으로 꾸준한 자국발주를 이어가고 있고 수주 선종과 선형을 다각화하며 한국이 대부분 독점하던 대형선까지 수주를 늘려가고 있다”며 “중국은 친환경 대체연료추진선 시장에서 한국과의 격차를 빠르게 줄여가고 있으며 이를 통해 대형 컨테이너선 등의 수주 경쟁에서 점차 입지를 확보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삼성중공업 거제조선소 전경. [삼성중공업 제공]


가장 큰 문제는 고부가가치 선박 시장에서도 중국과의 기술 격차가 빠르게 줄어들고 있다는 점이다. 한국과학기술평가원(KISTEP)에 따르면, 친환경·스마트선박 등 고부가가치 선박 기술의 경우 한국과 중국 간 기술 격차는 2012년 6.8년이었으나 2016년에는 절반인 3.4년으로 줄었고, 2020년에는 그마저도 1년으로 줄어들었다.

세계 1위 컨설팅업체인 맥킨지앤드컴퍼니는 ‘한국의 차세대 S-커브 : 2040년을 위한 새로운 경제 성장 모델’ 보고서에서 “조선 산업에서 한국과 중국의 고부가가치 선박 기술 격차는 갈수록 좁혀지고 있다”며 “국가 간 기술격차는 미미한 수준이며, 이런 상황이 지속될 경우 중국의 저가 정책, 국내 저가 출혈 수주로 인한 가격 경쟁이 심화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아직까지 LNG 운반선을 포함한 고부가가치 선박 분야에선 우리나라가 경쟁 우위를 보이고 있지만, 중국의 조선업의 질적 성장을 무시하긴 어렵다는 분석이다. LNG 운반선만 보더라도 2021년 8% 수준이었던 중국의 수주 점유율은 2022년 30%까지 뛰었다. 지난해 20%로 다소 줄었지만 자국 선사 중심의 수주가 글로벌 선사로 확대되는 등 경쟁력을 키워가고 있다.

여기에 중국 정부 역시 오는 2025년까지 전 세계 친환경 선박의 50% 이상을 생산하겠다는 목표를 담은 ‘친환경 선박 시장 선점 전략’을 내놓는 등 관련 기술 및 설비 투자에 팔을 걷은 상태다. 중국 전국인민대표대회(전인대) 대표를 겸하는 국영조선공사(CSSC) 산하 왕치훙 725연구소장은 이달 초 전인대 기간 동안 “현재 중국은 LNG 운반선·대형 유람선·극지 연구선 등과 관련해 선진국과 격차를 보이고 있으며, LNG 운반선은 한국이 압도적인 우위를 점하고 있다”며 기술격차 해소를 위한 ‘첨단 조선 기술 육성방안’을 제시하기도 했다.

한화오션의 암모니아 운반선 조감도 [한화오션 제공]


상황이 이렇다 보니 국내 조선업계 내에서도 현재의 슈퍼사이클에 안주해서는 안 된다는 위기 의식이 크다. 조선사들이 저마다 암모니아·수소 등 친환경 연료 추진 운반선, 자율운항선박 등 미래 해양 탈탄소 시대에 대비한 R&D에 공을 들이는 이유다.

정부 역시 적극 지원에 나섰다. 산업통상자원부와 조선3사(HD한국조선해양·삼성중공업·한화오션)는 이달 초 민관 협력플랫폼인 ‘K-조선 차세대 이니셔티브’를 발족하고 향후 5년간 9조원을 투자해 조선산업 미래 초격차 기술을 확보키로 했다.

이를 통해 올해 상반기 내 민관 공동으로 ‘조선산업 초격차 R&D 로드맵’을 수립하고 오는 2030년까지 세계 최초 액화수소 운반선을 개발, 자율운항선박 국제표준을 주도한다는 계획이다. 인력난에 따른 생산 차질을 방지하기 위한 인력 수급 시스템도 구축한다.

대규모 R&D 투자 외에도 이종 산업과의 협력이 필요하다는 제언도 있다. 맥킨지는 “조선산업 내 격차가 줄어들고 있는 상황에서 이종 산업과의 수평적 협력 관계 기반의 비즈니스 모델로의 개편이 필수적”이라며 “심화되는 가격 경쟁에서 탈피하기 위해 자율운항 선박 시장, 혹은 해상풍력, 빅데이터 산업 등으로 수평적 확장을 고려해 볼 수 있을 것”이라고 짚었다.

그러면서 “조선사들이 미래 조선 산업의 핵심 고부가가치 산업들로 여겨지는 자율운항 선박 및 해상풍력 시장으로 진출을 고려할 경우, 기존 생산 역량만을 내세워서는 생태계 내 핵심 주체가 되기 어렵다”며 “가령 자율운항 선박은 자율주행, 사물인터넷, 빅데이터, 첨단 센서 등을 융합한 산업인데, 전통 조선사가 모든 요구 기술을 갖추기 어려운 만큼 글로벌 선도사들과 협력해야 할 것”이라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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