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쓰레기 처리 기업은 번성하고 노동자는 위태롭다

쓰레기 처리 기업은 번성하고 노동자는 위태롭다

[한겨레S] 홍명교의 이상동몽
동아시아 쓰레기 문제
폐기물·재활용 노동 착취 구조
사모펀드, 업체 인수·매각 돈벌이
엄청난 온실가스 내뿜는데도
소각… 외관 중시 ‘손쉬운 선택’
2019년 7월 대만 타이베이의 쓰레기 분리수거 모습. 신화 연합뉴스

쓰레기 문제는 현대 소비사회의 치명적인 증상이다. 지난 70년 도시에서 발생하는 쓰레기양은 기하급수적으로 증가했다. 그중 홍콩의 쓰레기 문제는 동아시아에서 가장 악명이 높다. 홍콩 시민 1인의 일일 고형 폐기물 배출량은 1.53㎏으로 다른 도시의 1.5~2배 수준이다. 타이베이와 서울에서는 너무 많은 쓰레기가 매립지의 임계를 넘어서고 있고, ‘쓰레기 수출’마저 어려워지면서 정치·사회적 갈등도 심화되고 있다.

플라스틱같이 환경과 인체에 유해한 물질로 만들어진 쓰레기는 적게 배출하는 게 좋다. 그러나 행정관료들은 쓰레기 감소에 대해선 무관심하다. 늘어나는 쓰레기양이 지역의 생태나 공중보건을 위협한다는 걸 알지만, 외관 관리가 더 중시되기 때문에 매립이나 소각 등 손쉬운 방식을 택한다. ‘세계의 공장’으로 불리는 중국 선전의 경우 2018년 하루 1만t의 쓰레기를 태울 세곳의 소각장을 추가적으로 건설하겠다는 계획을 세웠는데, 이는 세계 최대 규모였다. 쓰레기 소각 과정에서 전력을 생산할 수 있지만 이 과정에서 막대한 염화수소나 황산화물, 다이옥신 등 독성 화학물질이 발생하고, 쓰레기 1t이 연소될 때마다 약 1.1~1.4t의 이산화탄소가 대기로 방출돼 온실가스를 배출한다. 소비와 쓰레기, 기후위기까지 연결되는 과잉생산의 메커니즘은 인류 모두를 파멸로 이끌 뿐이다.

허가받지 않았다며 폐기물 수거 단속
도시 내 폐기물 처리와 재활용은 폐지 수거 노동자나 고물상, 환경미화원 등의 비가시적이고 열악한 노동에 의존한다. 이들의 노동은 깨끗한 도시에서 ‘더러운 일’을 한다는 이유로 도시 공간에서 배제되며, 일회용품으로 취급된다. 2014년 기준 중국의 도시엔 약 500만명이 연간 6400만t의 쓰레기를 수거해 재활용센터로 모으는 일을 했는데, 이들 중 상당수는 마땅한 주거지가 없었다.

재활용 쓰레기 선별 작업의 노동 강도도 심각하다. 최근 한국의 여러 재활용 쓰레기 선별장에서는 늘어나는 쓰레기양에도 인력 증원이 없어 극심한 노동 강도에 산재 질환을 호소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 서울 지역의 자원회수시설 노동자들 역시 용역업체에 소속돼 최저임금 수준의 임금을 받으며 24시간 일하고 있다. 노동자들은 10분 남짓 식사 시간만 주어지고, 엄청난 소음과 열기로 가득한 소각시설에서 일해야 한다.

일터 역시 불안정하고 착취적이다. 홍콩 기반의 엔지오(NGO) ‘세계화감시’가 인접 도시 선전의 폐기물 수거 노동자 30명을 심층 인터뷰한 결과, 이들은 보통 하루 12시간씩 일주일 내내 쉬지 않고 일한다고 답했다. 리어카를 끌며 폐지를 모으는 한 노동자는 이렇게 진술한다. “특별한 예외가 없는 한, 하루도 쉬지 않고 일해요. 쓰레기를 줍지 않으면 먹고살 수 없으니까요.”

대만에서 폐기물 수거 노동자들이 주로 판매하는 재활용품은 골판지, 플라스틱, 알루미늄 캔, 고철, 각종 가전제품 등이다. 하지만 2018년 중국이 국외 폐기물 수입을 금지한 이후 대만의 재활용 쓰레기 값은 급락했다. 플라스틱병의 경우 2018년 타이베이시 완화구 재활용센터에서 제공하는 가격은 ㎏당 4대만달러였지만, 2022년에는 ㎏당 2대만달러로 떨어졌다. 재활용 쓰레기의 가격 변동은 노동자 수입에도 큰 영향을 미쳤다. 2022년 재활용 쓰레기를 팔아 생계를 유지하는 이들의 월 소득은 우리 돈 25만~34만원에 그쳤다. 사회복지 지원이 없다면 사람다운 생계유지가 불가능하다.

행정편의주의적인 단속 정책도 폐기물 수거 노동자들을 울린다. 지난해 2월15일, 완화구에 있는 광야오 재활용센터가 전격 폐쇄됐다. 이로 인해 수백명의 폐기물 수거 노동자들의 생계수단이 사라졌고, 수백t의 재활용품 처리 경로가 차단됐다. 선전시 정부 역시 허가받지 않고 쓰레기를 수거하는 노동자들에게 막대한 벌금을 부과하고, 고철 보관 장소에 대한 규제도 심하다. 관리당국의 불규칙적인 단속과 리어카 압류, 높은 벌금은 폐기물 수거 노동자들을 유령으로 만들 뿐이다. 비범죄화와 지원이 필요한 이들을 벼랑 끝으로 내모는 것이 제대로 된 대책이 될 리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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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년 만에 9배로 매각된 폐기물업체
반면 폐기물 처리가 수익성 있는 비즈니스라는 인식이 확산되면서 돈 버는 기업들이 늘고 있다. 2000년대부터 홍콩 식품환경위생국은 도시의 위생 및 청소 서비스를 외주화했다. 2017년 도시미화 용역의 80%는 다섯 업체에 돌아갔는데, 이 업체들은 비용 절감을 위해 노동자 임금을 억제하는 관행을 지속하고 있다. 쓰레기 재활용 역시 외주화됐다. 폐기물 처리 업체 바기오그린은 2014년 5000개의 분리수거통 쓰레기를 처리하는 계약을 우리 돈 34억원에 수주했는데, 몇년 내내 이 업체가 수거한 재활용품은 자주 매립지에 버려졌다. 그럼에도 이 회사는 2020년에도 약 85억원에 이르는 쓰레기통 관리 계약을 다시 수주했다.

친환경적이고 현대적인 도시로의 지향을 충족시킬 수 있는 자본과 기술을 갖춘 민간기업에 세금이 투여되지만, ‘스마트’라는 새로운 표준에서 벗어나는 소형 고물상과 폐지 수거 노동자들은 조용히 퇴출되고 있다. 홍콩 정부의 재활용품 분류 프로그램인 ‘그린앳커뮤니티’는 소외된 노동자들의 문제를 해결하지 못하고 소비자 개인의 책임과 행동 변화에만 초점을 맞춘다. 폐기물 연구자 로런 베이커는 이렇게 비판한다. “소비자의 일탈 행위를 처벌하는 것만 목표로 삼는 정책은 환경 문제를 개선하지 못하지만, 관심을 다른 곳으로 돌릴 수 있다.”

보건복지부 조사에 따르면, 국내에서 폐지를 수거하는 65살 이상 노인은 4만2000명이다. 이 노인들은 매월 30만원의 기초연금을 받지만, 하루 5~6시간의 폐지 수거 노동을 그만둘 수 없다. 지난해 한국노인인력개발원의 폐지 수집 노인 실태조사에 따르면 이들은 월 16만원(시간당 1200원) 정도를 버는데, 그래야만 생존을 유지할 수 있기 때문이다. 한편, 2020년 9월 사모투자펀드 운용사 어펄마캐피탈은 복수의 업체를 인수·합병해 부피를 키운 폐기물 처리 업체 이엠시(EMC)를 1조500억원에 매각했다. 2015년 1200억원에 인수했으니, 5년 만에 약 9배로 되판 셈이다.

쓰레기 문제가 도시 미관과 기업 이윤 수단으로만 인식된다면 기후위기나 폐지 수거 노인, 쓰레기 선별장 노동자들의 삶은 영원히 외면될 수밖에 없다. 하지만 이들의 노동이 없었다면, 사모펀드의 돈벌이 수단도 커지지 않았을 것이다. 우리는 이를 착취라 부른다.

홍명교 | 동아시아 연구활동가

플랫폼C 활동가. 동아시아 이야기를 씁니다. 각 사회의 차이를 이해하고, 같은 꿈을 지향하자(異牀同夢)는 의미로 이름을 붙였습니다. 이상을 품은 동아시아의 꿈(理想東夢)이라는 뜻도 담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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