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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롤로그는 끝났다…'진짜 본편'으로 휘몰아치는 영화 '듄 2'

프롤로그는 끝났다…'진짜 본편'으로 휘몰아치는 영화 '듄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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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보람 기자기자 페이지

압도적 영상미·빠른 전개…스토리는 제국주의·종교전쟁 연상

영화 '듄: 파트 2' 속 한 장면
영화 '듄: 파트 2' 속 한 장면

[워너브러더스 코리아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연합뉴스) 오보람 기자 = 미국 작가 프랭크 허버트의 스페이스 오페라 대하소설 '듄'은 전 세계 SF 콘텐츠에 가장 많은 영향을 끼친 작품으로 꼽힌다.

'스타워즈'부터 '왕좌의 게임'까지 수많은 콘텐츠가 이 소설에 나오는 설정이나 아이디어를 차용했다.

하지만 아이러니하게도 '듄'을 영화로 옮기는 건 불가능에 가깝다는 주장도 상존했다.

'듀니버스'(Duniverse)라 불리는 방대한 세계관과 이야기를 영상으로 구현해내는 것 자체가 어려울뿐더러, 2∼3시간 분량으로 이를 보여줄 경우 이도 저도 아닌 영화가 될 수밖에 없다는 이유에서였다.

실제로 데이비드 린치 감독은 1984년 '듄'을 2시간짜리 영화 안에 욱여넣었다가 커리어에 유일한 오점을 남겼다. 영화계에서 '듄'은 독이 든 성배라는 인식이 더욱 팽배해졌다.

그러다 할리우드의 차세대 거장 드니 빌뇌브 감독이 도전장을 내밀었다. 그는 소설 1부의 내용을 영화 1·2편에 나눠 담는 영리한 선택을 했다.

소설은 황제와 대가문, 귀족 연합, 우주 개발 회사 등이 긴밀히 연결된 미래 사회를 배경으로 권력을 움켜쥐려는 이들의 싸움을 그렸다.

2021년 극장에 걸린 '듄' 1편에선 아트레이데스 가문의 후계자 폴(티모테 샬라메 분)이 멸문을 목도한 뒤, 희귀 자원 '스파이스'의 생산지인 아라키스 원주민 프레멘을 찾아가 이들의 일원이 되는 모습이 담겼다.

개봉을 앞둔 2편은 도련님 같던 폴이 전사에서 리더로, 나아가 메시아 혹은 광신도로 변모하는 과정을 따라간다. 1편은 '진짜 본편'을 보여주기 위한 프롤로그이자 폴의 변화를 각인하려는 빌드업으로 느껴진다.

영화 '듄: 파트 2' 속 한 장면
영화 '듄: 파트 2' 속 한 장면

[워너브러더스 코리아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빌뇌브 감독은 2편에서 역시 '듄'의 세계관을 일일이 설명하는 데 시간을 할애하지 않는다. 대신 압도적인 영상미로 '듄'의 세계를 툭 던져 관객에게 보여준다.

1편에 이어 2편의 주 무대도 '듄'이라 불리는 사막 행성 아라키스다. 발이 푹푹 빠지는 언덕과 시야를 가리는 거친 모래바람은 매우 정교하게 묘사돼 먼 미래의 어느 행성에 온 듯한 착각이 들게 한다. 요르단과 아랍에미리트 등지에서 아이맥스(IMAX) 카메라로 촬영한 덕에 리얼함이 배가됐다.

전작 '그을린 사랑'(2010), '시카리오: 암살자의 도시'(2015), '컨택트'(2016), '블레이드 러너 2049'(2017) 등을 통해 보여준 빌뇌브 감독 특유의 우울한 영상미는 '듄 2'에서도 빛난다.

건조한 색감과 웅장함을 과시하는 콘크리트 건물, 기이한 모습의 우주 무기는 '듄'의 정체성을 대표하는 미장센이다.

디스토피아 색채는 하코넨 가문의 행성을 보여줄 때 절정에 달한다.

새로운 등장인물인 소시오패스 페이드 로타(오스틴 버틀러)가 분위기를 주도한다. 그는 로마제국의 콜로세움을 연상시키는 경기장에서 마지막 남은 아트레이데스 3인을 무자비하게 학살하고, 이를 본 군중은 미쳐 날뛰며 환호한다.

최소한의 인원으로 스펙터클을 선사한 1편과 달리 2편에서는 이러한 인해전술로 시선을 빼앗는다.

후반부에는 프레멘과 하코넨의 '떼싸움'도 나오는데, 폴이 이끄는 프레멘 무리가 거대한 모래 벌레를 타고 적을 깔아뭉개는 장면이 하이라이트다.

영화 '듄: 파트 2' 속 한 장면
영화 '듄: 파트 2' 속 한 장면

[워너브러더스 코리아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몰아치는 액션과 속도감 넘치는 전개로 2시간 46분의 긴 러닝타임은 쏜살같이 지나간다.

스토리 역시 가볍지 않아 많은 생각을 남긴다.

자원을 서로 차지하려는 권력자들의 싸움과 '2등 시민'으로 밀려난 자원 생산지 국민들의 모습은 제국주의 역사와 교차돼 보인다.

주인공 폴의 서사는 한 인간이 운명을 따라 자기 길을 찾아가는 것으로 읽히지만, 한편으로는 카리스마 넘치는 리더가 종교와 만났을 때 어떤 일이 벌어지는지를 암시한다. 폴을 구세주라 철석같이 믿는 프레멘들의 맹목성 탓에 폴이 이전의 자기 자신을 버리게 되는 모습을 보여주면서다.

다만 이런 과정이 마냥 매끄럽게 전개되지 않는다는 점은 아쉬움으로 남는다. 폴의 성장 과정과 심리 변화는 다소 급작스럽게 다가온다. 차근차근 주인공의 서사를 짚기에는 물리적인 시간이 부족한 탓도 있는 것으로 보인다.

빌뇌브 감독은 소설의 2부인 '듄의 메시아'도 영화화를 기획 중이다. 3편에서는 못다 한 폴의 이야기를 풀어낼지 궁금해진다.

28일 개봉. 166분. 12세 이상 관람가.

영화 '듄: 파트 2' 속 한 장면
영화 '듄: 파트 2' 속 한 장면

[워너브러더스코리아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ramb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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