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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교는커녕 컵라면도 제때 못먹으면서 버텼지만…"세브란스 치프 사직 '먹먹'

사명감으로 버텼지만 소청과 떠나 피부과 하겠다
의대생 증원 2000명 해 봤자 소청과에 누가…현실적 지원을
ⓒ News1 DB


(서울=뉴스1) 박태훈 선임기자 = 대학병원, 상급 종합병원 등에서 일하고 있는 전공의(레지던트)에게 가장 무서운 존재는 교수가 아니라 레지던트 4년 차 의국장, 즉 치프(Chief Bender)다.

업무를 배정하는 한편 모든 일을 전달받아 이를 정리해 교수에게 보고하는 임무를 가진 치프는 저연차 전공의에겐 군기반장, 저승사자와 같은 존재다.

이런 치프가 전공의 수료를 반년 앞두고 '내가 왜 떠나야 하는지'를 알리면서 사직서를 던져 의료계에 큰 충격을 줬다.

누구보다 소청과 의사로서 자부심을 느끼면서 일했다는 신촌 세브란스 소아청소년과 의국장 A 씨는 "두 아이의 엄마이자 현재 임신 중이다"고 했다.

A 씨는 "회사원인 제 신랑은 저 때문에 회사 진급을 포기하고 2년 육아휴직을 감내했고, 신랑이 복직한 뒤엔 양가 부모님들의 헌신으로 하루하루를 버텨왔다"고 했다.
A 씨는 다음과 같이 소청과 인력 부족 현실을 소개했다.

즉 △ 소아청소년과 인력 부족이 극심해 임산부 전공의도 정규 근무 △ 임신 12주 차 전, 분만 직전 12주 전을 제외하면 당직 △ 최고 연차 당직은 일반 병동이 아닌 중환자실 △ 태교는커녕 잠도 못 자고 컵라면도 제때 못 먹는다는 것.

그는 "지난달 당직 때 심정지가 온 환아를 50분 동안 심폐 소생하면서 내 배 속 아기가 유산되지는 않을까 하는 생각도 했지만 엄마이기 전에 나는 의사니까 지금은 처치에 집중하자고 다짐하며 임했다"고 밝힌 A 씨는 "다행히 환아가 살아난 뒤 당직실로 돌아가면서 뱃속 아기에게 엄마로서 죄책감이 들어 몇 시간을 울었다"고 했다.

이런 상황인데도 "병원에서는 소아청소년과가 돈을 벌어오지 못하는 과이므로 지원을 해주지 않아 입원 전담의를 구하기도 어렵고 정부 지원 역시 없어 교수와 강사들이 전공의 빈자리를 메꿔 이제는 정말 모두가 지쳐가고 있다"고 했다.

또 "정부는 필수 의료 붕괴에 대한 해결책으로 의대생 증원 2000명을 발표했지만 의대 증원 정책으로 소아청소년과의 붕괴를 막을 수 없다"며 "의사가 5000명이 된들 소청과를 3년제로 줄인들 소청과 의사에게 정당한 보상이 주어지지 않는다면 지원자는 늘어나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돈 못 버는 호구 소리 들어도 제 앞에서 떠난 아이들의 마지막 눈빛 때문에 버텼지만 이제는 사직서를 제출하고자 한다"는 A 씨는 "생활과 엄마를 포기할 수는 없으니 소아청소년과 의사를 포기하고 피부미용 일반의를 하며 살아가야겠다"고 했다.

그러면서 "소아청소년과 의사로 못다 한 꿈은 의료봉사로 채워보겠다"며 동료들과 교수들에게 죄송하고 감사하다고 작별인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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