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드스파클뉴스골드스파클뉴스

"엔저로 이익보는 외국인 더 비싸게 받아야" 日 '이중가격' 도입 논란

외국인 관광객·내국인 가격 따로 책정하는 시스템"관광객이 물가 올려 내국인 못 사먹어" vs "불공평 조성할 필요 없다" 팽팽전례없는 엔저현상에 방일 관광객이 대폭 증가한 일본에서 외국인 관광객과 내국인의 지불가격을 따로 책정하는 일명 '이중가격'에 대한 논의가 급물살을 타고 있다. 외국인 관광객 급증으로 인플레이션이 가속화 돼 내국인이 감당할 수 없는 수준으로 물가가 오른데다, 엔저로 관광하러 온 외국인은 지불 능력과 의사가 있다며 이중가격이 필요하다는 주장이 힘을 얻고 있다. 일본 안팎에서 전문가들까지 찬반 주장이 팽팽히 맞서면서 논란이 한동안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이중가격 논쟁을 다룬 일본 뉴스. 내국인에게는 라멘을 1000엔에, 외국인 관광객에게는 2000엔으로 받는 예시를 설명학로 있다.(사진출처=TBS)

22일 BSTV도쿄는 방일 관광객 급증으로 촉발된 이중가격 도입 논쟁을 보도했다. 이중가격은 내국인 가격과 외국인 관광객 요금을 각각 따로 표시해, 내국인은 상대적으로 싼 가격에 이용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다. 가령 라멘을 파는 음식점에서는 현지인은 1000엔(8870원), 관광객은 2000엔(1만7700원) 두 가지 가격을 책정하는 것도 가능하다.

이는 엔저로 돈을 쓰러 온 관광객이 늘어나면서, 관광지 물가가 천정부지로 치솟았기 때문이다. 지난 1일 오픈한 도쿄의 관광 복합시설 토요스 천객만래의 경우 에도시대를 그대로 재현했다며 관광객의 발걸음이 이어지고 있지만, 정작 현지인들에게는 '일본의 새로운 마계'로 불리고 있다. 이곳에서는 고급 해산물 덮밥을 1만5000엔(13만원)에 판매하고, 스테이크 꼬치는 1만3000엔(11만5000원)이라는 가격을 책정하는 등의 일이 벌어졌기 때문이다. 이에 외국인 관광객 덮밥이라는 이름으로 '인바운드 동'이라는 신조어까지 생겨났다.
츠키지 시장도 오마르 새우(로브스터 종류) 한 마리가 들어갔다며 5500엔짜리 라멘(4만8700원)이 등장했다. 일본에서 라멘은 평균 물가 1000엔이 넘으면 사 먹지 않는다는 '1000엔의 벽'이라는 말 있을 정도인데, 무려 5.5배 비싼 고급 라멘이다. 이 5500엔 라멘은 일본 언론에도 여러 차례 소개되면서 네티즌들 사이에서 논란이 일었다.
토요스 천객만래에서 판매하는 1만5000엔짜리 해산물 덮밥.(사진출처=ANN)
일본 언론은 미국에서는 60달러(8만원)는 내고 먹어야 한다는 미국인의 인터뷰와 함께 "비교적 비싼 가격 책정에도 외국인 관광객은 기뻐해 준다"는 멘트를 함께 내보냈다. 그러나 네티즌들은 이 뉴스에 "드디어 일본도 관광객 바가지 씌우기 시작인가", "라멘이 아무리 비싸도 3000엔(2만6000원) 이상은 못 낸다", "어차피 외국인은 다 사 먹을 거니 상관없다" 등의 반응을 보이고 있다.
이처럼 일본 내에서는 관광객들이 물가를 올려놓으면서 정작 내국인이 즐길 수 있는 것들이 사라지고 있다는 불만이 나오고 있다. 다른 도시로 국내 여행을 가도 호텔 가격이 천정부지로 치솟고, 식비 등도 모두 오르고 있다는 것이다. 외국인이야 엔저로 싼 가격에 소비할 수 있지만, 정작 일본에서 돈을 벌고 생활하는 사람들에게는 부담으로 작용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이에 아예 일본인과 외국인 관광객 가격을 따로 책정하는 이중가격을 도입하자는 목소리까지 나오는 상황이다. 이 논의는 전문가 패널이 찬반으로 토론에 나설 정도로 진지하게 진행되고 있다.
츠키지 시장에서 판매하는 5500엔짜리 라멘.(사진출처=FNN)
토리우미 코타로 항공·여행 애널리스트는 TBS에 "외국 관광객은 엔화 약세의 영향으로 가격을 올려도 올 것"이라며 "이중가격을 도입하면 일본인은 저렴한 가격으로 여행을 할 수 있고, 일하는 사람의 급여가 오르는 셈이 된다"고 말했다.
그는 "해외에서는 이미 이를 도입하고 있는 곳이 많다"며 "태국의 경우 사원 입장료는 내국인 무료, 외국인 관광객은 300밧으로 따로 책정하고, 이동 수단인 툭툭은 내국인은 1시간에 200밧인 반면 외국인은 300밧이다"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일본에서는 숙박료나 테마파크 입장료 등에서 외국인 요금을 정가로 하고, 일본인은 증명서 등을 제시하면 할인해주는 형태로 하면 도입이 쉬워진다"고 덧붙였다.
반면 다른 전문가는 불공평을 조성할 필요가 없다면서 맞섰다. 지방소멸 전문가로 불리는 키노시타 히토시씨는 "관광지는 외국인 관광객 물가에 맞추면 된다. 불공평함을 굳이 조성할 필요는 없다"며 "가격을 따로 책정해 받느니 구매력 있는 사람들이 찾는 비싼 상품만 따로 내놓으면 되지 않느냐"고 반박했다.
키노시타씨는 "일례로 후쿠시마의 한 식당에서는 700엔(6200원)짜리 라멘을 판매하고 있는데, 2월 중순부터 외국인을 대상으로 라멘 젓가락 기념품 등이 포함된 3000엔(2만6500원)짜리 관광상품용 라멘을 판매하고 있다. 외국인이면서 자금 여유가 있는 사람이 구매하는 선택지만 만들어주면 된다"고 강조했다.
칭찬하다(755)
허가 없이 전재할 수 없습니다:>골드스파클뉴스 » "엔저로 이익보는 외국인 더 비싸게 받아야" 日 '이중가격' 도입 논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