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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시간 공사해 완공 2년 앞당겨 … 불붙는 日 '반도체 드림'

24시간 공사해 완공 2년 앞당겨 … 불붙는 日 '반도체 드림'

TSMC 구마모토 공장 르포
40나노 주류 日에 첫 선단기술
12나노 제품까지 생산 예고
공사비 40% 보조금으로 지원
구마모토에만 4.3조엔 경제효과
80년대 이후 몰락한 日반도체
TSMC 가동으로 재건 몸부림


오는 24일 준공을 앞둔 일본 규슈 TSMC 구마모토 1공장의 모습. 구마모토 이승훈 특파원


일본 남부 규슈섬의 주요 도시인 구마모토. 도쿄에서 비행기로 2시간 남짓 걸리는 이곳은 귀여운 곰 캐릭터인 '구마몬'과 구마모토성 등으로 우리에게도 친숙한 곳이다.

지난 17일 구마모토 공항에서 차를 빌려 북쪽 기쿠요마치 산업단지 방향으로 15분 정도 달리자 평화로운 농촌 풍경 사이에 육중한 흰색 건물이 눈에 들어왔다. 도쿄돔 4.5개분에 해당하는 약 21만㎡의 면적에 들어선 세계 최대 파운드리(반도체위탁생산) 업체인 TSMC 구마모토 1공장의 모습이다.

2022년 4월 공사가 시작된 이곳은 2년도 채 안 된 오는 24일 준공식을 갖는다. 7000여 명의 인력이 24시간 3교대로 일하며 4~5년 걸릴 공사를 절반으로 앞당긴 것이다. 준공식을 앞두고 이곳은 준비작업이 한창이었다. 오피스빌딩은 창문 세척이 진행되고 있었고, 공장 주변은 근로자들이 꽃과 나무를 다듬는 조경작업에 여념이 없었다.

준공식에는 TSMC 쪽에서 모리스 창 창업자, 일본에서는 가코 공주와 기시다 후미오 총리 등이 참석할 것으로 알려졌다. 왕실 인사가 외국기업 준공식에 참석하는 것은 드문 일로, TSMC에 거는 일본의 기대가 얼마나 큰지를 여실히 보여준다.

공사 때부터 미디어, 특히 한국 언론의 취재에 대해 예민한 반응을 보였던 TSMC는 공식 인터뷰 거절은 물론이고 주변 취재에도 예민한 반응을 보였다. 준공식에서도 미디어는 일본뿐 아니라 대만 언론도 극소수만 초청된 것으로 알려졌다. TSMC는 'JASM(Japan Advanced Semiconductor Manufacturing)'이라는 별도의 법인을 만들어 일본 내 반도체 사업을 시작했다. JASM은 TSMC가 86.5%의 지분을 갖고 일본 기업인 소니와 덴소, 도요타가 나머지 지분을 갖는 구조다.



생산라인이 들어선 팹동과 지상 8층 규모의 오피스동 등 4개 건물로 이뤄진 JASM 공장은 이미 가동이 시작된 상태였다. 화학물질을 처리하는 곳에서는 연기가 뿜여저 나오고, 가스를 실은 에어리퀴드의 탱크 차량이 쉴 새 없이 공장을 오가는 모습도 포착됐다.

오피스동 1층에 있는 400여 명 규모의 식당에도 직원이 분주하게 오가며 식사를 하는 장면이 보였다. JASM은 당분간 시험생산을 진행한 뒤 올해 4분기에 본격적인 상업생산에 들어갈 계획이다.

공장 가동을 위해 이미 1400여 명의 기술자가 이곳에서 근무하고 있었다. 이 가운데 30%가량인 400여 명이 대만 TSMC 본사에서 직접 파견된 근로자들로 채워졌다. 오는 4월 지역에서 뽑은 신입사원이 들어오면 숫자는 1700여 명으로 늘어난다.

공장 건설에는 1조1000억엔(약 9조7500억원)의 자금이 투입됐다. 이 가운데 40%가 넘는 4760억엔은 일본 정부가 보조금 형태로 지원했다. 올해 말 착공해 2027년 말 가동을 목표로 하는 2공장은 2조엔가량의 투자가 필요한데, 이 또한 일본 정부가 9000억엔의 보조금을 지원하기로 했다.

반도체를 작게 만드는 '초미세 공정'은 반도체 기술력의 상징으로 불린다. 현재 삼성전자와 TSMC는 모두 머리카락 굵기의 10만분의 3 수준인 3나노미터(1㎚는 10억분의 1m)라는 초미세공정에서 경쟁하고 있다. 현재 일본의 기술 수준은 르네사스가 보유한 40나노에 멈춰 서 있다. TSMC의 구마모토현 공장은 12나노 공정의 제품까지 생산하게 된다.

TSMC 공장 준공에 맞춰 구마모토현은 각종 인프라 정비에도 나서고 있다. TSMC 공장이 입주한 공업단지에는 소니 이미지센서 공장과 도쿄일렉트론(TEL) 반도체 장비 공장 등 관련 업체만 30여 곳이 모여 있다.

상주 근로자만 1만2000여 명에 달하기 때문에 왕복 2차로 수준인 인근 도로를 4차로 또는 6차로로 확장하고, 인근 JR철도를 구마모토공항과 연결하는 교통망 계획을 이미 수립한 상태다. 또 대만의 중화항공과 스타럭스항공은 대만과 구마모토를 매일 오가는 정기편 운항도 시작했다.

구마모토현 지자체의 반도체산업 지원실에서 일하는 사카모토 고헤이 담당은 "최근 네덜란드 ASML에서 TSMC 인근 공장 용지를 찾는다며 상담하고 갔다"며 "TSMC 효과로 기존 기업뿐 아니라 신규 기업의 투자가 늘고 있다"고 설명했다. TSMC 신공장과 도로 하나를 두고 마주하고 있는 소니는 2025년 가동을 목표로 인근에 수천억 엔을 투자해 새로운 이미지 센서 공장 설립을 준비하고 있다. 교세라 또한 2028년까지 620억엔을 투자해 반도체 관련 부품을 생산하는 신공장을 짓는다. 교세라의 일본 내 반도체 투자는 약 20년 만이다.

1980년대 일본이 반도체 산업에서 주도권을 가졌을 때만 해도 많은 일본 반도체 기업이 규슈에 공장을 지었다. 이 때문에 규슈는 미국의 실리콘밸리에 빗대 '실리콘 아일랜드'로 불릴 정도였다. 하지만 2000년대 이후 IT 버블 붕괴와 글로벌 금융위기 등을 거치면서 이곳의 반도체 공장이 하나둘 문을 닫기 시작했다. 이제 '실리콘 아일랜드'라고 하면 규슈가 아닌 대만을 먼저 떠올리는 사람이 대부분이다. 일본으로서는 TSMC를 통해 실리콘 아일랜드의 부활을 꾀하는 셈이다.

TSMC가 일으키는 경제파급 효과도 만만치 않다. 규슈 지역 최대 금융기관인 규슈파이낸셜그룹은 TSMC 진출에 따른 구마모토현의 경제파급 효과를 10년간 약 4조3000억엔에 달한다고 추산했다. 또 규슈경제조사협회는 2021년부터 10년간 반도체 설비 투자에 따른 규슈 지역 경제효과를 20조770엔(약 180조원)으로 추산했다.

[구마모토 이승훈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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