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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통령경호처가 '입틀막 전술' 외에 참고하면 좋을 사례 둘

대통령경호처가 '입틀막 전술' 외에 참고하면 좋을 사례 둘

대통령 참석 행사서 한 달 만에 또 '과잉경호'
盧, 청와대 행사서 기습 시위에 "바깥으로 모시겠다"
오바마, 연설 끊은 청년에 "열정 존중한다"
■ 방송 : JTBC 유튜브 라이브 〈뉴스들어가혁〉 (평일 오전 8시 JTBC News 유튜브)
■ 진행 : 이가혁 기자
■ 자세한 내용은 영상으로 확인할 수 있습니다

지난 16일, 카이스트 학위수여식에서 졸업생이 대통령 축사 중 '소동을 피웠다'는 이유로 대통령경호처 직원들에 손에 들려 끌려나갔습니다. 강성희 진보당 의원이 지난달 18일 전북특별자치도 출범식에서 비슷한 일으 당한지 한 달 만입니다. 특히 이번 카이스트 학위수여식 상황은 강 의원 때와는 달리 대통령과 졸업생이 서로 멀리 떨어져 있었다는 점에서 '더 지나친 대응'이라는 비판이 나옵니다. '발언 자제해달라'는 구두 제지나 사전경고 없이 곧바로 입을 틀어막고 넘어뜨렸다는 점에서도 과잉 경호라는 지적이 나옵니다. 대통령실은 "대통령 경호처는 경호구역 내에서의 경호 안전 확보 및 행사장 질서 확립을 위해 소란 행위자를 분리 조치했다"며 "법과 규정, 경호 원칙에 따른 불가피한 조치"였다고 밝혔습니다. 그런데요, 17년 전 청와대에서는 이런 일도 있었습니다.

◇ 노무현의 대처 "바깥으로 모시겠다"

2007년 4월 4일. 청와대에서 장애인차별금지법 서명식이 열렸습니다. 노무현 당시 대통령, 유시민 당시 보건복지부 장관을 비롯해 인터넷으로 신청해 뽑힌 시민 참가자까지 한자리에 모였습니다. 서명식을 시작하려는 순간 '장애인 교육지원법 제정'이 적힌 플래카드를 든 활동가 두 명이 휠체어를 밀며 노 대통령 앞으로 다가왔습니다.

2007년 4월 4일 청와대 행사에 벌어진 기습시위. (좌=연합뉴스, 우=당시 KBS 보도 화면)

당시 KBS 보도나 신문 기사 등을 통해 확인되는 노 대통령의 대처는 이랬습니다. 노 대통령은 차분하게"얼마나 시간을 달라고 얘기를 하십시오. 그러면 제가 말씀하실 만큼 시간을 드릴 테니까요"라고 말했습니다. 이후에도 두 사람의 시위가 계속되자 조금 더 단호한 표정과 큰 목소리로"말씀 중단하지 않으면 바깥으로 모시겠습니다"라고 말했습니다. 이에도 응하지 않자 두 사람은 퇴장 조처됐습니다.

◇ 오바마의 대처 "그래서 우리가 여기에 있는 것"

2013년 11월 25일. 버락 오바마 당시 미국 대통령이 이민개혁에 대해 연설하던 중 무대 뒤편에서 "강제 추방을 멈춰달라"는 한 청년의 큰 외침이 들렸습니다. 오바마가 깜짝 놀라며 뒤돌아봤지만 외침은 계속됐습니다. 비밀경호국 요원들이 이 청년을 퇴장시키려 다가가자 오바마는 만류하며 "내보낼 필요 없다"(These guys don't need to go)고 말했습니다. 그리고 그 청년의 주장을 들으며 "그래서 우리가 오늘 여기에 있는 것이다"(That's why we're here), "저 젊은이의 열정을 존중한다"(I respect the passion of these young people.)라며며 '난동 청년'과 소통했습니다.

◇ '입틀막' 보다 강력한 대통령의 애드립

노무현 대통령과 오바마 대통령의 두 사례. 카이스트 졸업식 소동 후 우리 대통령실이 언급한 '경호 안전 확보 및 행사장 질서 확립을 위해 소란 행위자를 분리 조치'해야 할 상황이라 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이 두 대통령은 외침을 무시하고 행사나 연설을 이어나가기보다, 잠시 그 '소란 행위'에 귀를 기울였습니다. 그리고 '발언 시간을 주겠다'(노무현)고 해결책을 제시하거나, '그래서 우리가 여기에 있는 것'(오바마)이라며 공감을 표했습니다. 참모나 경호 관계자들은 진땀을 뺄 그 돌발상황. 이 두 대통령은 '준비된 틀'에서 잠시 벗어나 비교적 여유있게 '대통령의 애드립'으로 이 돌발상황을 풀어나갔습니다.

◇ '입틀막' 말고 없었을까?

다시 지난 16일 카이스트 학위수여식으로 시선을 옮겨보죠. 한 졸업생의 돌발 행동이 나오자마자 경호원들이 달려들어 얼굴을 틀어막는 방법이 최선이었을까요? 대통령은 마치 아무일 없었다는 듯 준비된 원고를 쭉 읽는 게 최선이었을까요? 더욱이 이날 윤 대통령의 축사는 이공계 발전의 중요성과 이를 위해 지원을 아끼지 않겠다는 의지를 강조한 내용이었습니다. '소동을 피운' 졸업생이 외친 내용과 큰 틀에서는 같은 메시지였습니다. '소동 당시' 발언을 아래 글로 다시 살펴보시죠.

●윤 대통령: 자랑스러운 카이스트 졸업생 여러분, 여러분이 나아가는 길에 분명 어려움도 있을 것입니다. 실패를 두려워하지 말고 과감하게 도전하십시오. 언제든 다시 일어설 수 있도록 제가 여러분의 손을 굳게 잡겠습니다.
○졸업생: R&D 예산 복원하십시오. 생색내지 말고 R&D 예산.
●윤 대통령: 마음껏 도전을 이어갈 수 있도록 저와 정부가 힘껏 지원하겠습니다. 과학 강국으로의 퀀텀 점프를 위해 R&D 예산을 대폭 확대할 것입니다. 도전적이고 혁신적인 연구와 신진 연구자의 성장을 전폭적으로 지원하겠습니다.

두 사람 모두 '실패를 두려워하지 않고 마음 놓고 연구 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자'는 걸 말하려한 것 아닌가요? 그렇다면 윤 대통령 역시 노무현·오바마의 그 여유있는 애드립처럼 '그래서 우리가 오늘 여기에 있는 겁니다. 제 말이 그 말입니다'라고 받아쳤다면 어땠을까요? 그래도 고함을 멈추지 않으면 '말씀 중단하지 않으면 바깥으로 모시겠습니다'라고 했으면 어땠을까요? 한 청년에에게 '박절했던' 졸업식이 아니라, '과학 강국'을 위한 대통령의 의지를 다시금 널리 알리는 졸업식이 됐을지 모릅니다. '입틀막'과 노무현·오바마 두 대통령의 사례, 여러분은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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