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사건의 피해자는 가해자가 두려워 숨는 대신 용기 있게 자신의 목소리를 내왔습니다. 그가 이번에는 제2, 제3의 피해자들을 돕기 위해 책을 출간합니다. 필명 김진주 씨를 조재영 기자가 만났습니다. ◀ 리포트 ▶ 디자이너로 일하던 진주 씨, 사회생활 5년차쯤 접어들었을 때 생각이 많아졌다고 합니다. [김진주/작가] "그때쯤이 고민을 많이 하던 시기였어요. 아, 왜 이렇게 평범해지지…?" 2022년 5월, 그 평범한 일상 속 귀갓길. 본인의 이름 대신 '부산 돌려차기 피해자'로 불리게 된 사건이 일어났습니다. 살인미수죄만 적용된 1심, 징역 12년. 도저히 받아들일 수 없었습니다. [김진주/작가] "누가 봐도 성범죄와 관련된 증언들이 있고 그런 증거들이 있는데, 왜 사법체계는 이걸 놓친 거지?" '12년 뒤, 저는 죽습니다'라고 진주 씨가 직접 목소리를 낸 뒤에야 증거들이 인정됐고, 죄명이 바뀌었고, 20년형이 내려졌습니다. 그 과정이 오롯이 한 권의 책에 담겼습니다. 고통의 시간조차 '진주처럼 단단해지는 과정'이 아니었을까, 그렇게 필명을 지었습니다. [김진주/작가] "죽지 않았음에도 이게 '죽는 것이 다행인가, 아니면 죽었어야 마땅했나' 이런 고민들을 했던 게 그대로 담긴 제목인 것 같고요." 책은 본인의 경험으로 그치지 않습니다. 범죄 피해자들과 그 가족들을 100명 가까이 만났고, 뭐가 바뀌어야 할지 고민했습니다. [김진주/작가] "(피해자는) 재판 방청을 하면 그냥 방청석에 앉아야 되고요. 피해자와 가해자가 여실히 보여요. 사실 그래서 많은 피해자 분들이 참석을 안 하는 것일 수도 있겠다…" 돌려차기 피해를 입고 뇌신경 손상으로 하반신이 마비돼 있을 때, 직장에서 해고를 당했던 진주 씨. [김진주/작가] "범죄 피해와 관련돼서는 휴직 제도도 없고 그와 관련된 지원 제도도 굉장히 어려워요. 많은 분들이 '아, 진짜 범죄 피해자가 안 돼 보면 모른다'…" 그래서 범죄 피해 관련 정보들을 공유하는 커뮤니티를 만들었고, 온라인 교육 플랫폼도 준비 중입니다. '범죄피해자연대' 모임을 꾸렸고, 피해자를 돕는 공익 브랜드의 배지는 직접 디자인했습니다. 책의 맨 마지막은 진주 씨가 가해자에게 보내는 편지입니다. '난 보복 편지 말고 회복 편지를 보낼래'라고 쓴 진주 씨는, '네가 나올 20년 뒤에는 세상이 많이 바뀌어 있을 것'이라 얘기합니다. [김진주/작가] "피해자의 회복을 먼저 하는 피해자 중심주의가 됐으면 좋겠다. 법은 피해자의 편이 되지 못하더라도 사람은 피해자의 편이 되면 안 되나, 그런 생각을 많이 하게 되는 것 같습니다." MBC뉴스 조재영입니다. 영상취재: 남현택 / 영상편집: 김현국 MBC 뉴스는 24시간 여러분의 제보를 기다립니다. ▷ 전화 02-784-4000 ▷ 이메일 [email protected] ▷ 카카오톡 @mbc제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