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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걱정만 말고 준비하라" 유럽의 자각 일깨우는 '트럼프 공포'

트럼프 재집권 가능성에 유럽서 자주국방 목소리 더욱 커져'트럼프 방어(Trump-Proof)' 정책들 필요성 호소도2024년은 전 세계적으로 역사상 전례없는 슈퍼 선거의 해이다. 1월 대만부터 11월 미국까지 세계 인구의 절반 이상을 차지하는 약 50개 국가가 대선을 앞두고 있거나 벌써 치렀다. 특히 오는 11월 미국 대선에는 유럽의 신경이 총집중되고 있는데, 이유는 공화당의 유력 대선후보인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의 재집권이 현재로서는 유력하기 때문이다. 지난 트럼프 행정부 당시(2017~21년) 미-유럽 대서양 동맹이 잇단 파열음을 낸 전례가 있는 탓이다. 최근 프랑스 공영방송 'France2'와의 인터뷰에서 유럽중앙은행(ECB) 크리스틴 라가르드 총재가 '트럼프 당선 가능성은 유럽에 대한 명백한 위협(clear threat)'이라고 묘사하는가 하면 트럼프 행정부 집권 당시 주미 프랑스 대사이자 프랑스 내 북미 전문가인 제라르 아로는 한술 더 떠 "트럼프의 재선은 유럽에 재앙이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고 프랑스 일간지 르파리지앵이 전했다. 이러한 유럽 국가들의 염려는 전 스웨덴 외무장관과 총리를 역임한 칼 빌트 유럽외교협회(ECF) 공동의장의 최근 논문이 잘 드러내고 있다. 빌트 공동의장은 트럼프 재선 시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는 '휴면 상태'에 들어가고 또한 미-유럽 무역분쟁은 더욱 심화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를 대비하기 위해 유럽 스스로 자립할 수 있는 '트럼프 방어(Trump-Proof)' 정책의 필요성을 호소했다. 2월12일 독일 뒤셀도르프에서 열린 카니발 퍼레이드에 트럼프 전 미 대통령이 나치 문양으로 자른 성조기를 들고 있는 모형이 등장했다. ⓒ 로이터연합"트럼프 재집권하면 나토 완전히 약화시킬 것"미-유럽은 트럼프 행정부 시절 극심한 무역분쟁을 겪었다. 2018년 3월 트럼프 행정부는 국가안보를 이유로 유럽산 철강과 알루미늄에 높은 관세를 매겼고, 이에 유럽연합(EU)은 일부 미국 수입품에 보복관세를 부과하며 맞대응했었다. 조 바이든 행정부가 들어서면서부터는 중국 견제를 위해 대립보다는 협력으로 패러다임이 바뀌기는 했지만, 오는 11월 트럼프 재선 시 무역전쟁이 재개될 가능성이 아주 높다. 피터슨 국제경제연구소(PIIE)의 마커스 놀랜드 부소장은 AFP와의 인터뷰에서 무역전쟁이야말로 트럼프 경제정책의 첫 번째 핵심 요소가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트럼프는 최근 'Fox Business'에 미국에 들어오는 모든 수입품에 관세를 10% 정도 인상할 것이라고 이야기한 바 있다. 세계무역기구(WTO)에 따르면 미국 수입품 관세는 현재 평균 3.4%다.유럽 정상들의 가장 큰 염려는 다름 아닌 나토를 둘러싼 미국과의 불협화음이다. 미 브루킹스연구소의 대서양 외교 전문가 타라 바르마는 트럼프의 복귀 전망이 "우선 안보에 대한 즉각적인 결과 때문에 유럽인들에게 두려운 것"이라고 봤다. 우크라이나 전쟁이 지속되는 가운데 미국 고위 관료들의 나토 회의주의는 유럽 안보에 심각한 타격을 입힐 것으로 전망된다.실제 지난 트럼프 정부에서 나토 탈퇴를 심각하게 고려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고 영국 일간지 더 가디언은 보도했다. 최근 사우스캐롤라이나에서 열린 선거유세 중 트럼프 전 대통령은 유럽 나토 회원국들 가운데 GDP 대비 국방비 지출을 최소 2%도 하지 않는 나라를 '체납자'로 규정하고 "보호하지 않을 것"이라며, 거기서 더 나아가 "러시아가 무엇이든 하도록 격려할 것"이라는 보다 강력한 메시지를 전달한 바 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이 주장하는 2%는 나토 방위 분담 중 '간접 자금'에 해당하며 회원국들이 자율적으로 기여하는 방식이다. 현재로서는 미국이 간접 자금의 대략 68%를 기여하고 있다. 모든 유럽 회원국도 2014년부터 국방비 지출을 늘려 2024년에는 31개 나토 동맹국 중 18개국이 2% 기준을 충족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런 가운데 지난해 12월 미 의회는 트럼프의 복귀를 염두에 두고 미국 대통령이 나토에서 일방적으로 탈퇴하는 것을 금지하는 나토 탈퇴 방지라는 초당적 법안을 통과시켰다. 한편 트럼프 행정부의 외교안보 전문가였다가 현재 트럼프에 대해 비판적 입장으로 돌아선 피오나 힐 전 NSC 유럽·아시아 담당 선임국장은 트럼프가 재집권하면 나토를 '완전히 약화시킬 것'으로 전망했다. 비슷한 맥락에서 미 시카고국제문제협의회 다알더 회장은 트럼프가 "나토의 작전·훈련 등에 참여하는 것을 거부하는 등 다른 방법으로 나토를 약화시킬 수 있다"고 보았다. 다알더 회장은 현재 실질적인 '트럼프 방어'는 하기 힘들다며 "EU는 나토 내에서 보다 자립적인 방향으로 최대한 빨리 움직여야 한다"는 현실론을 주장했다. 2018년 6월9일 메르켈 독일 총리(가운데)가 G7 정상회의에서 트럼프 미국 대통령에게 ‘관세 폭탄’에 대해 항의하고 있다. ⓒ AP연합자립적 국방 이뤄내지 못한 데 대한 자책 목소리도 미국의 유럽 내 안보 공백이 예상되는 가운데 2월17일 뮌헨 안보회의가 열렸다. 이 자리에서 올라프 숄츠 독일 총리는 차기 미국 대통령선거에서 누가 승리하든 또한 우크라이나 전쟁의 결과에 관계없이 "잠재적 침략자를 억제하기 위해 유럽 자체 방어 능력을 강화하고, 이제 우리 유럽인들은 현재와 미래에 일어날 우리 자신의 안보에 대해 더 많은 관심을 가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유로피언 평화시대가 쇠퇴하고 있음을 알리는 듯한 발언이었다. 우르줄라 폰데어라이엔 EU 집행위원장은 '강력한 유럽 건설'을 위해 앞으로 3주 안에 방위산업 전략 제안서를 준비해 무기 공동구매, 군대 상호 운용성 개선 등 여러 분야에서 유럽 국방 프로그램에 박차를 가할 것을 약속했다. 또 자신이 재선된다면 EU 집행위원회에 새로운 국방위원직 신설 또한 약속했다.이렇듯 유럽에서는 트럼프 공포를 계기로 지금이야말로 새로운 안보 패러다임을 구현할 때라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는 추세다. 영국의 왕립합동군사연구소(RUSI)의 저명한 연구원이자 2010년부터 작년까지 나토 첫 여성 대변인이었던 오아나 룬게스쿠는 "유럽인들이 분명 트럼프의 재등장 가능성에 대해 우려를 표명하지만, 이것이 던지는 메시지는 단순히 걱정만 하지 말고 준비하라는 것 같다"고 최근 언론 인터뷰를 통해 자신의 생각을 밝혔다. 영국 킹스칼리지런던대 역사학자 리처드 비넨 교수도 최근 온라인 간행물에서 유럽을 부모와 함께 사는 젊은 성인으로 비유하며 "이제는 자신의 아파트를 가질 때가 되었다"며 자립적 국방을 이루어내지 못한 현 유럽의 안보 문제를 지적하면서 지금이야말로 그것을 실현할 때라고 강조했다.격동하는 세계 정세 속에서 반세기에 걸쳐 누려온 평화가 자주국방 없이는 지속되기 힘든 상황에 유럽이 도달한 듯하다. 유럽 27개국이 똑같은 위기의식을 공유하며 하나의 군대를 만들 수 있을지 전 세계의 주목이 집중되는 이유다.   
칭찬하다(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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