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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대로 포기하면 안 된다고? 때론 그만둘 용기가 필요해

절대로 포기하면 안 된다고? 때론 그만둘 용기가 필요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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줄리아 켈러 지음, 박지선 옮김
다산북스 펴냄, 1만8000원


그만뒀기에 새로 시작할 수 있었다. 저자는 미국 웨스트버지니아대 영문학 박사 과정을 밟던 중 대학원을 그만뒀다. 혼자 살던 집 방바닥에 주저앉아 울다가 어렵게 포기하기로 결정했다. 특히 엄한 훈육관 같던 아버지에게 "못하겠다"고 털어놓기가 힘들었단다. 패배감에 짓눌렸기 때문이다.

이후 사회적 낙인이 두려워 고립된 생활을 한 시기도 있었지만, 무사히 기자로서 새 경력을 시작했다. 인턴 생활과 지역 신문사를 거쳐 '시카고 트리뷴'에서 수년간 일하는 동안 한 차례 퓰리처상도 받았다. 승승장구하는 것 같았는데, 이내 기자 생활도 그만뒀다. 소설을 쓰기 위해서였다. 저자는 첫 소설 '언덕 위의 살인'(2013)으로 배리 어워드에서 최우수 데뷔작 부문을 수상했고 드라마화 계약을 맺는 성공도 맛봤다.

자기 길을 개척하는 삶을 살아온 저자에게 인생의 결정적인 순간을 묻는다면 답은 '그만둔 때'다. 그는 자기 성공담에 그치지 않고, 취재력을 발휘해 '그만두기'의 유용성을 밝혀내기에 이른다. 사실 그만두기는 복잡한 절차를 거치는 고도의 의사결정이다. 기존에 하던 일을 관성적으로 계속하는 건 그에 비하면 쉬운 일이다. 물고기나 쥐를 대상으로 한 실험을 통해서도 이런 점이 증명됐다.

그만두기에 부정적 선입견을 덧씌운 건 자본주의 상품화의 결과라는 게 저자의 비판적 분석이다. 10여 년 전 열풍 수준이었던 자기계발 산업의 '그릿'(끈기) 논리가 대표적이다. 성공의 원인을 개인의 열정 탓으로만 돌리면 사회구조적 담론은 과소평가될 여지가 있다.

물론 버티는 게 나쁘다는 식의 단순한 얘기를 하는 건 아니다. 다만 무한한 가능성의 시대에 변화를 만들고자 한다면 버티는 게 능사는 아니란 얘기다.

많은 이들이 이미 그렇다는 걸 알면서도 그만두는 걸 어려워한다. 두려움, 미련, 불신, 주변의 시선 등 넘어야 할 산이 많다. 이에 저자는 망설이게 되는 여러 이유를 살펴보면서 그만두기의 기술을 상술한다.

과학적 분석과 사회 비판, 써먹을 수 있는 실용적 조언까지 아우르면서 이 책은 지난해 미국 출간 후 온라인 서점 아마존 선정 최고의 논픽션 작품 목록에 올랐다. 삶에 변곡점이 필요하다고 느끼는 독자라면 길라잡이로 삼을 만하다.

[정주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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